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여전히 오르고 있는 가운데 급등에 따른 매물 누적으로 가격이 내리는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1만 5,000여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서울 동남부 지역에서는 위례신도시 인근 아파트 전셋값이 한 달 사이 1억∼2억원 내리는 곳도 나왔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올라 작년 10월 넷째 주 이후 15주 연속 0.10% 이상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3주 동안 전셋값 상승률은 0.13%→0.12%→0.11%로, 오름폭이 2주 연속 둔화했다.
상당수 단지에서 전셋값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써밋 전용면적 84.97㎡가 이달 6일 보증금 14억 7,000만원(13층)에 전세 계약서를 쓰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강남권에 이어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2단지 84.59㎡가 이달 3일 10억원(14층)에 신고가 전세 계약을 맺으며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기는 등 아직도 오름세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은평구에서는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7차 84.94㎡가 지난달 29일 보증금 7억원(5층)에 신고가로 전세 계약서를 썼고, 성북구 삼선동3가 삼선SK뷰의 중소형인 59.96㎡는 지난달 17일 보증금 6억 9,000만원(8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는 등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A 공인 대표는 "전월세상한제로 집주인들이 일단 한번 전세를 주면 4년 동안은 가격을 못 올린다고 생각해 제값을 다 받겠다는 심리가 강하다. 전세 물건이 없는 건 아닌데 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고점 대비 가격이 내린 단지도 심심찮게 보인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84.7㎡의 경우 이달 8일 보증금 8억 4,000만원(3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이지만, 최고 가격인 작년 10월 9억 3,000만원(1층)과 비교하면 보증금이 1억원 가까이 내려간 것이다. 마포구 신공덕동 신공덕삼성래미안1차 114.75㎡는 이달 4일 6억 7,000만원(18층)에 올해 최고 가격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작년 6월 9억원(21층)에 비해서는 2억 3,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광진구 광장동 신동아파밀리에 84.55㎡ 역시 이달 1일 7억 5,000만원(7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는데, 작년 12월 9억원(8층)과 비교하면 1억 5,000만원 저렴하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전날 기준 2만 1,526건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9∼10월 1만건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던 것에 비해 물량이 크게 회복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는 작년 7월 4만건 수준에서 법 시행 후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10월 초 1만건 미만까지 줄었다가 11월 1만 2,000건, 12월 1만 5,000건, 지난달 2만건 등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해 대단지 입주를 앞둔 지역의 전셋값도 내림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위례신도시와 하남시 감일지구 등에서 1만 5,000여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감일지구에서는 이달 하남포웰시티 C2블록(881가구)을 시작으로 C3블록(790가구) 등 1만여가구가 입주하고, 위례신도시에서는 5월 힐스테이트 북위례(1,078가구) 등 2,100여가구, 인근 강동구에서도 2,700여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런 영향으로 송파구 장지동 위례중앙푸르지오1단지 84.7㎡는 이달 3일 7억 1,000만원(15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작년 11∼12월 9억 5,000만원(4층·18층)과 비교해 2억 4,000만원이 내리는 등 인근 단지들이 작년 말과 비교해 1억∼2억원가량 내렸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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