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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대치, 대치→반포'...강남 중심 이동하면 전국 집값 '들썩'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GTX나 지하철역이 생기면 우리 동네 집값이 오릅니다. 전세가격이 올라도 집값이 오른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한데요.

서울경제 부동산 매체 ‘부랜드’에서는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인 윤주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교수와 함께 앞으로 7회에 걸쳐 ‘집값이 결정되는 요인’들을 분석해 볼 예정입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학자로 부동산 분야에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는 윤 교수의 이론을 통해 ‘오르기만 하는 집값’의 비밀을 함께 풀어가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새로운 해가 밝은 지 채 10일이 지나지 않은 지난달 8일 올해 서울 강남 분양단지 중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의 분양가격이 3.3㎡당 5,600만원을 넘은 가격에 결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해 인근에 위치한 반포 대장주 아크로리버파크는 매매가격이 3.3㎡당 1억 원을 넘어서며 연일 매매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 원베일리의 이 같은 높은 가격은 새로운 주거 중심 지역이 다른 지역에서 반포로 넘어왔음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요.

이처럼 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포함한 ‘공간’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하는 우리의 집값. 그 속에 숨겨진 원리는 무엇일까요?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부동산 개발 전공 주임교수로 있는 윤주선 교수는 자신이 고안한 ‘집값 결정의 7가지 원리' 중 ‘공간 이론’에 그 이유가 있다고 봤습니다.

다음은 윤 교수와 김흥록 건설부동산부 기자가 만나 나눈 문답입니다.





김 : 집값 결정 이론 중 동심원 가격 구조 이론은 어떤 것인가요?

윤: 왜 강남 집값이 안 떨어질까?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성과가 있을까? 직접 집값을 조사를 해봤어요. 그랬더니 강남의 가장 가격이 높은 반포의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5km 간격으로 평당 아파트 가격이 1,000만원씩 딱 떨어져요. 그것이 동심원 구조로 그림이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평균 가격이 이렇게 떨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이 지난해에 딱 결정된 게 아니고 조사를 해 보니까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그게 진행이 시작돼 지금은 고착화가 돼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강남 어떤 에어리아의 가격이 서울 수도권 전체 가격을 견인하는 구조가 돼 있다는 거예요.



김 : 거꾸로 얘기하면 특정 강남과 거리가 먼 특정 지역의 집값이 그 동심원 구조와 별도로 형성이 되기 어렵다는 거죠?

윤 : 서울시가 도시기본계획이라는 걸 보통 10년마다 이렇게 한 번씩 이렇게 세웁니다. 혹은 법적으로 20년마다 세우게 돼 있는데 도시 기본계획에서는 다 핵심으로 가려고 그래요. 서울시 도심 구조를 그러니까 종로 CBD가 있고 그다음에 여의도 YBD가 있고 강남 GBD가 광역 중심이에요. 그 밑에 소핵 20개를 정해서 구성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안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서울시가 가고자 하는 도시 기본 공간 구조하고 가격 구조가 따로 놀고 있다는 거예요. 잘못된 거죠. 지금 CBD를 몇 개 하겠다는 것은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여기에 재정을 투자하겠다는 것데 그 지역의 재정이 집값으로 녹아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김 : 전에 언급하셨던 투자 효과 이론과 맞지 않는 것 아닌가요?

윤 : 물론 그 지역으로 가기는 하겠죠. 하지만 그 집값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재정이 특정 지역에 투입이 되면 그 곳 주변의 집값이 올라가야 되겠죠. 동심원 구조를 보면 그 가격이 1억짜리가 세 군데에서 나와야 할 거 아니에요. 하지만 세 군데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주택가격이라는 것은 지역적 특성을 갖고 가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그게 재정투자가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니고요.

김 : 그러면 이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앞으로 고착화되는 겁니까?

윤 : 이미 고착화됐어요. 고착화 됐기 때문에 이런 대책을 써서는 안 되고 제2의, 제3의 강남을 빨리 만들지 않으면 이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저는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김: 그러면 나머지가 중심 이동 이론이에요. 그런데 이게 연관이 된 얘기인가요?

윤 : 연관은 되죠.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중심 이동이라는 게 광복 이후 중심은 종로였잖아요. 종로 주변의 인사동에는 어떤 계층이 있었고 집값도 비쌌죠. 또 인사동 산다고 하면 좀 잘 산다 이렇게 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강남 개발이 시작된 후에는 영동 지역이 주택의 메카가 됐잖아요. 그러던 상황이 80년대로 가면서 압구정이 됐죠. ‘바람 불어도 좋은 날 압구정’ 들어보셨죠? 이 얘기는 뭐냐 하면 가장 비싼 아파트가 그곳에서 나왔다는 거예요.



그 이후에는 중심이 대치동으로 갔어요. 타워팰리스를 중심으로 대치동의 집값이 많이 올라갔잖아요. 그게 다시 어디로 왔냐 하면 재개발이 시작된 반포로 왔죠. 현재는 ‘강남 시장의 대장이 누구냐’를 두고 반포동과 대포동이 가격을 놓고 싸우는 형국이 됐어요. 서로 싸우면서 강남 주택 가격을 견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죠.



그래서 중심 이동설이 그런 건데 저는 항상 제2의 제3의 강남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야 주택가격이 안정화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저는 새로운 중심 이동 예정지로 원래 판교를 눈여겨 본 적이 있어요. 판교가 새로운 중심이 되면 강남이 아래까지 확 내려오는 거잖아요. 엄청 넓어지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공급이 굉장히 늘고 또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이렇게 본 거예요. 1990년도 제2의 신도시 분당을 만들었을 때 강남 사람들이 분당으로 많이 왔기 때문에 강남 주택 가격이 안정화된 것을 봤기 때문이죠. 또한 판교가 계획하는 것이 굉장히 그럴듯했고요. 계획 안에는 미국의 ‘비버리 힐즈’ 등과 비슷한 것을 만들겠다는 것도 포함됐죠.

하지만 이동이 안 됐어요. 그 이유가 뭐냐 하면 시민단체들이 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라고 해서 판교에 임대주택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까 강남에서 이동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좀 두고 보자’고 결정을 유예한 것이죠. 이 때문에 판교가 지어진 후 미분양이 속출하는 사태도 벌어졌죠. 물론 규모도 작고 분당과의 종합적인 계획도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요.

그래서 저는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만약에 지금과 같은 구조가 아니고 판교가 제2의 강남처럼 됐으면 전국의 집값에 균형이 상당 부분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에요. 논리의 근거는 강남의 주택 가격이 서울 수도권 전체 가격을 견인한다는 가정에 있는데요. 지난번 설문조사와 직접 실태 조사를 해 보니까 너무 정확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정부에서 제2의, 제3의 강남을 빨리 만들지 않으면 아마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 : 영동에서 압구정으로, 압구정에서 대치로, 대치에서 다시 반포로 강남 내에서도 중심지가 이동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전에 말씀하셨던 전체 수도권 동심원 구조의 중심이 되는 지역이고요. 그러면 지역 사회에서 움직이는 이유는 뭡니까? 그것도 이 7가지 이론이 각각 영향을 미쳐서 그런 건가요?

윤 : 새로운 사업이나 시설을 시작하면 보통 컨벤션 효과 같은 것이 있잖아요. 전형적으로 ‘새 것’으로 옮겨 다닌 거예요. 영동에서 압구정으로, 압구정에서 대치동으로 이동하는 것이 새로운 주거 형태로 옮겨다니고 지금 반포가 다시 뜬 이유도 물론 환경도 좋고 다 좋지만 재건축 때문인 것이죠.

김 : 그러면 이제 압구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겠네요?

윤 : 그러니까 지금 거기 주목하고 있는 거죠.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면 안 된다. 이렇게 주목하고 있는 거죠.



김 : 중심 이동 이론도 중심지 이동 이론이 있고 주거지 이동 이론이 있는데 주거지 이동이라는 것은 어떤 정비사업 같은 것을 얘기하는 건가요?

윤 : 중심지 이동은 좀 장기적인 요인이고 주거지 이동은 일시적인 것이죠. 보통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하거나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면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주변으로 이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그 기간 전세 등 임대 수요가 늘잖아요. 즉 공간 시장에 영향을 미치니까 가격이 올라가죠.

그런데 가격이 올라간 것이 떨어지면 되는데 그렇게 되지 않고 벽돌처럼 올라간 가격으로 시세가 형성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잠실에 있었던 가락 시영 재건축을 할 때 순차적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아주 굉장히 정밀하게 세웠죠. 그럼에도 시장에 돈이 풀리기 때문에 그 지역 주택 가격을 잡지는 못했죠.

또 신도시를 지으면 원주민들에게 보상이 가잖아요? 그 지역에 보상받은 걸 가지고 부동산 투자를 하면 땅을 사면 세금이 굉장히 적거나 면제가 돼요. 그러니까 그 지역에 그 돈이 또 다시 투자가 되겠죠. 결국 이동 이론이라는 게 돈들이 이동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울 집값을 결정하는 7가지 원리'에 대한 콘텐츠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정현정 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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