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온라인은 '짝퉁'의 성지?…막을 방법은 없나요[백주원의 리셀]

온라인 짝퉁 신고 건구 전년比 204.4%↑

모니터링이 관건…AI·블록체인 등 활용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직원이 압수된 정품가장 위조의류를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몇 년 전 수습기자 교육을 받을 때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서울본부세관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넓은 창고 안에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유명 브랜드들의 옷이나 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딱 위에 있는 저 사진처럼요) 진품인지 짝퉁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워 보였고, 압수된 제품이 이렇게나 많은데 잡히지 않고 시중에 판매되는 짝퉁은 또 얼마나 많을까 싶은 생각에 놀랐습니다.

실제 적발되는 짝퉁 건수는 매년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짝퉁 명품(지식재산권 위반) 적발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단속·적발된 전체 짝퉁 명품 건수는 총 4,963건이었으며, 금액으로는 총 1조5,580억 원어치에 달했습니다. 지난 2017년 265건(1,486억 원 상당)이었던 적발 건수는 지난해 8월 1,475건(2,268억 원 상당)으로 늘었죠. 브랜드별로는 루이뷔통이 4년간 총 402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구찌와 샤넬이 각각 340건, 231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브랜드별 짝퉁 적발 건수 및 금액/사진 제공=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렇듯 짝퉁이 버젓이 대량 유통되고 있으니 정품인지를 어떻게 믿고 구매할 수 있을지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실제 상품을 보고 구매할 수 없어서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이용해 짝퉁을 진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졌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짝퉁 신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4.4% 증가한 1만2,767건을 기록하기도 했죠.

지난 9일 서울본부세관은 해외 유명 상표 의류 위조품을 제조해 온라인 판매로 유통한 수입업체 4명을 상표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이 유통한 미국 유명 상표 ‘P’와 ‘T’의 위조품은 총 25만여 점으로, 정품 가격 기준 200억 원에 상당하는 물량이었습니다. 이들은 미국으로부터 정품 의류를 소량 수입하면서 확보한 ‘수입신고필증’을 8개 오픈마켓에 공개해 정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국산 짝퉁을 판매했습니다. 상품 상세설명에 있는 ‘수입신고필증’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게 여기서 드러났죠.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이렇게나 많이 유통되는 짝퉁, 막을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네. ‘사전에’ 막을 방법은 짝퉁 판매자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 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없습니다. 짝퉁을 제조·판매하면 상표법 제230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형,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음에도 짝퉁 제조·판매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 짝퉁을 제조·판매했을 경우 수백, 수천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하죠.

쿠팡 짝퉁 시계 판매 페이지/사진 제공=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관건은 ‘사후에’ 즉, 짝퉁 제품이 사이트에 업로드 됐을 때 얼마나 빨리 포착하느냐입니다. 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주요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히죠. 짝퉁으로 의심되는 상품이 업로드 됐다는 것을 소비자들보다 먼저 포착해 판매 제한 조치를 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만약 그대로 유통된다면 직접 판매자가 아닌 ‘판매중개자’일지라도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짝퉁 판매나 허위광고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들의 연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마련까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플랫폼들은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해 짝퉁 근절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조상품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한 ‘마크비전’이 있습니다. 2019년 1월 미국에서 설립돼 지난해 7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마크비전은 이인섭 대표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리스크 전담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e커머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사기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마크비전의 AI는 수백, 수천 개의 정품 이미지와 가격을 미리 딥러닝으로 학습합니다. 그 후 플랫폼에 올라온 상품들을 이미지 인식과 텍스트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미지상 정품이 맞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짝퉁 여부를 판별하죠. 특히 AI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모니터링하는 것보다 시간 효율 측면에서 30배 정도 개선했습니다. 또 24시간 단위로 자동 모니터링되고, 위조상품 대응 성공률이나 총 건수 등을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아마존, 이베이, 알리익스프레스, 쇼피,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등 10개국 25개 e커머스 플랫폼을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되고 있죠.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곳도 등장했습니다. 명품 유통 플랫폼 인비트리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 더디앤씨피파트너스와 손잡았습니다. 블록체인에 참여한 사람 누구에게나 정보가 공개된다는 기술적 원리를 사용해 해외 명품 수입부터 온·오프라인 판매, 중고 명품 매입, 재판매 등 명품 유통의 전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물론 이런 기술적 노력에도 짝퉁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고 해도 꼭 이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거나 혹은 늦게 걸리는 제품이 있기 마련이죠. 이는 즉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이를 유통·판매 중개한 플랫폼에게 화살이 돌아가곤 합니다.

며칠 전 한 유명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백팩을 구매하기 위해 공식몰을 비롯한 여러 오픈마켓 사이트를 돌아보던 중 공식몰 가격보다 80%가량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이 상품을 이렇게나 싸게?’라는 마음에 클릭해봤지만 아니나다를까 일부 상품 설명이 중국어로 되어 있어 짝퉁으로 쉽게 의심됐습니다. 언제쯤 이 상품이 짝퉁으로 인지돼 사이트에서 사라질지 궁금해 며칠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해당 상품은 계속 검색 결과에 나왔고, 결국 제가 직접 해당 플랫폼에 신고한 후에야 해결됐습니다. 플랫폼들의 짝퉁과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손동영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어썸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