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6일 “사순시기를 지내는 진정한 목적은 다름 아닌 ‘회개’”라며 가톨릭 신자들에게 “회개를 통해 사회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염 추기경은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사순절(四旬節)을 앞두고 이 같은 메시지를 발표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 동안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회와 회개, 단식 등을 행하는 기간이다. 올해 사순절은 17일부터 4월4일까지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사순 시기에 우리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하는 미사의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의 형태는 더 뚜렷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도움과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순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당부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다음은 염수정 추기경 사순 메시지 전문.
2021년 교구장 사순 메시지
하느님의 뜻에 맞는 슬픔은 회개를 자아내어 구원에 이르게 하므로 후회할 일이 없습니다(2코린 7,10)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구원의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사순절은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는 은총의 시간을 말합니다. 사순시기를 지내는 진정한 목적은 다름 아닌 ‘회개’입니다. 회개란 단순히 죄를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 시기에 신자들에게 기도와 자선, 금식을 강조합니다. 사순절이 되면 신자들은 이미 받은 세례를 다시 생각하고 참회 행위를 통해서 주님의 부활을 준비합니다.
지난해 사순 시기에 우리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하는 미사의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우리 모두의 삶을 혼돈으로 내몰았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불안하고 힘든 나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회개의 시간인 이 사순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신앙의 여정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그 고통 역시 무의미하지 않고 때로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역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생 여정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비는 “죄인에게 다가가시는 하느님의 활동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죄인에게 참회하고 회개하여 믿도록 많은 기회를 주십니다.”(「자비의얼굴」 21항) 하느님께서는 죄를 통해서도 당신과 우리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잘못에 빠져 당신에게서 떨어져 나와 헤매고 있는 길 잃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계속 찾으시고 다가오십니다.
이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다시 하느님께로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줍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인간을 회개시켜 우리도 주님을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헌신하도록 힘을 불어 넣어줍니다. 회개란 바로 죄인인 우리가 주님을 향해 다시금 용기를 내어 다가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회개의 표징은 일상의 구체적 활동으로 신앙을 증거하는 데서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 형제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을 먼저 사랑하도록 주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의 형태는 더 뚜렷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도움과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 은총의 사순 시기에 하느님께서는 더욱더 당신의 말씀을 경청하고 자비의 활동을 실천하여 우리가 회개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니다. 우리 자신들이 먼저 앞장서서 이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회개로 사회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 자비의 위대함을 접하시고는 당신의 비천함을 가장 먼저 깨달으시고(루카 1,48 참조) 당신 자신을 주님의 겸손한 종이라고 하신(루카 1,38 참조) 우리 신앙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통하여 이를 간청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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