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코 앞에 두고 결국 가덕도 신공항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생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필요할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재부가 집권 여당의 뜻을 거스르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면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를 앞둔 여야의 ‘토건 포퓰리즘’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우선 쟁점이었던 예타 면제 조항의 단서가 ‘국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서 ‘기재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로 바뀌었다. 국가재정법 조항을 준용한 것이다. 주변 인프라 건설 우선 지원 조항은 삭제했다. 민주당이 ‘토건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해 일부 양보한 듯 보이지만 핵심인 예타 면제는 가능하도록 장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법안이 최종 처리되면 예타 면제 여부의 키를 쥐게 될 기재부 장관이 여당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기재부는 여야 합의에 따른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당은 ‘2030 부산 월드 엑스포’ 가 열리기 전 가덕도 신공항을 개항하기 위해 면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많게는 20조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 처리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토건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예라고 입을 모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 부산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약을 내걸고 거기에 대해 예타를 면제해 표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토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거대 여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국책사업 같은 체급이 큰 공약을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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