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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 1주택'의 이념화가 불러온 무주택자들의 '고통'



사진=서울경제DB






[편집자주] GTX나 지하철역이 생기면 우리 동네 집값이 오릅니다. 전세가격이 올라도 집값이 오른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한데요.

서울경제 부동산 매체 ‘부랜드’에서는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인 윤주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교수와 함께 앞으로 7회에 걸쳐 ‘집값이 결정되는 요인’들을 분석해 볼 예정입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학자로 부동산 분야에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는 윤 교수의 이론을 통해 ‘오르기만 하는 집값’의 비밀을 함께 풀어가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지난 4일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습니다. 만성적 공급 부족 상태인 서울에 2025년까지 분당 신도시 3개 규모인 32만 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포함해 총 83만 6,000가구를 대대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이었는데요.

정부의 발표 이후 전문가들은 여전히 ‘관이 주도해야만 하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책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이명박 정부 당시의 뉴타운 개발을 공공 방식으로 바꾼 버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이어졌죠.

사실 문재인 정부 내내 여러 부동산 대책이 이어졌지만 제대로 시장의 흐름을 바꾼 대책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부동산 개발 전공 주임교수로 있는 윤주선 교수는 자신이 고안한 ‘집값 결정의 7가지 원리'를 통해 이 문제가 ‘1가구 1주택’의 이념화와 실질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윤 교수는 실질적으로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구매를 계산하지 않고 ‘1가구 1주택’의 개념 아래 다주택자들을 억제하는 정책 방향이 오히려 무주택자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윤 교수와 김흥록 건설부동산부 기자가 만나 나눈 대화를 통해 자세히 들어볼까요?

김 : 교수님께서 주장을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수요를 정리하는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부분이잖아요. 지금은 지금 정부는 실수요냐 가수요냐 두 가지로 구분을 하는데 교수님께서는 ‘실질수요’라는 개념을 주장을 하신단 말이죠. 그건 어떤 개념인가요?



윤 : 역대 모든 정부는 ‘1가구 1주택’ 얘기를 많이 했어요. 원래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국민들에게 모두 한 주택씩 공급하겠다는 목표가 1가구 1주택이었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1가구 1주택이 정답이고 1가구 다주택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1970년대 들어 정부가 세금을 거둬야 해 방법을 생각하다가 1가구 2주택인 사람들에게 소득세법 중에서 양도소득세를 더 걷도록 하자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을 더 걷게 되는 정당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1가구 다주택자’들을 투기로 몰아붙인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지금 현재 주택 정책의 오류를 만들어 낸 가장 큰 원인이라는 거예요.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그것이 이념화가 돼 ‘1가구 2주택자’들이 고위 공무원인 경우는 청문회 할 때도 굉장히 많은 비난을 받고 있죠. 이런 현상은 자본주의 시장이나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너무 맞지 않은 얘기죠.

공공 목표로서의 ‘1가구 1주택’이 한 가구당 소유해야 하는 주택의 수를 제한하는 개념으로 변질이 돼버렸죠.

자신이 ‘1가구 2주택’을 갖고 있으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도 괜찮다는 식으로 가다 보니까 1가구 1주택이라는 게 이념화가 됐고 결국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 주택 정책이 오류를 면하지 못하는 거예요.

김 : ‘1가구 1주택’이 그러면 어떻게 오류로 이어졌는지, 그것이 어떤 형태의 정책적 실패로 연결되는지 그 부분을 조금 설명해주시겠어요?

윤 : 현재 전국적으로는 유주택자가 60%이고 서울시는 40% 정도 됩니다. 평균적으로 잡았을 때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비율을 50:50으로 보자고요. 만약 1가구 1주택이 정의롭다면 50%의 무주택자에게 정부가 집을 다 지어주면 그 정의를 실현할 수 있죠. 하지만 집을 지어주지 못하고 있잖아요. 최소한 집을 갖고 있는 50%가 전부 1가구 2주택 정도가 돼야 집이 없는 50%가 살 집이 있는 거잖아요. 임차인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과 시장에 나와 있는 집의 비율이 1:1로 맞춰지기 때문에 시장은 임대인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죠. 결국 공간시장에서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하지만 임대인들을 민간임대주택 공급자라고 놓고 장려를 해서 최소한 주택 공급 비율이 1:1.5~1:2 수준이 되면 시장이 누구 시장이 됩니까? 임차인 시장이 되죠. 민간 임대주택이 훨씬 많이 지어져야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 ‘1가구 1주택’ 이야기를 꺼내신 이유가 지금 정부가 1가구 1주택까지만 실수요고 그 외에는 가수요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설명해 주신거죠?

윤 : 그렇습니다.

김 : ‘실질수요’ 라는 개념은 지금 실수요-가수요 관계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윤 : 실질수요라는 것은 가수요와는 다르죠. 예를 들면 우리 자녀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그러면 결혼식날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집을 사주나요? 아니잖아요. 최소한 언제 사야 합니까? 결혼 얘기가 나올 때 사야 하잖아요. 어떤 가정에서는 그전에 저쪽 지역이 이렇게 투자효과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집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결혼 1~2년 전에 투자를 할 수도 있죠.

또 다른 지역으로 직장을 옮겨야 할 때 언제 또 다시 지역을 이동할지 모르잖아요. 그러면 여기 집은 놔두고 옮기는 지역에 가서 전월세 살다 보니까 돈이 너무 아깝다고 느껴서 거기서도 적당한 집을 사놓을 것 아닙니까?

또 노후를 대비해서 전원주택이나 병원에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는 행위에서도 실질수요가 적용되죠. 예를 들어 노후라는 게 65세 딱 되는 날 집을 사는 게 아니잖아요. 노후를 생각하고 미리 집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것들을 실질 수요라고 보는 거죠. 실질수요를 감안하면 ‘1가구 2주택’ 혹은 ‘1가구 3주택’이라는 수요도 생각해서 공급을 해야한다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김 : 실질수요 개념이 적용되면 공급량을 산정할 때도 적정 공급량이 조금 더 늘어나게 되겠네요?



윤 : 그렇죠. 그러니까 공급을 할 때 수요를 보고 공급하잖아요. 그러니까 ‘1가구 1주택이면 아직은 세대 수가 어느 정도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공급을 하는 것과 ‘최소한 실질수요는 그보다 1.2~1.5배쯤 될 수 있으니 그것을 고려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공급하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겠죠.

김 : ‘서울에서는 지금 개발할 수 있는 땅이 한정적이다’, ‘공급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이런 현실적인 제약이 있잖아요. 그렇다고 하면 그런 실질수요를 덜 인정하고 전략적이나 정책적으로 실수요인 ‘1가구 1주택’ 개념으로만 인정을 해 주는 게 물리적인 제한을 고려하면 어떻게 보면 맞는 선택일 수 있지 않습니까?

윤 : 국토는 유한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것은 농업 사회 때 이야기입니다. 농업사회는 토지를 어떻게 썼습니까? 수평적으로 쓰고 있었죠.

하지만 세계대공항 이후에는 토지의 수직적 이용에 대한 기술이 발전됐어요. 용적률과 건폐율을 조율함으로써 쾌적함과 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거죠. 토지를 수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토지가 한정적이라는 가설은 틀린 거죠.

토지가 유한하다는 자연론은 지금은 저는 폐기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 :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실질수요에는 여전히 100% 투자 목적의 수요는 포함이 되지 않는 것 같거든요. 만약에 제가 100% 투자의 목적으로 집을 두 채, 세 채를 보유한다면 이게 사회적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나 도덕적 측면에서 어떤 마이너스가 되는 요인이 되나요?

윤 : 그건 가르기 어려워요. 서양에서 투기라는 용어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죠. ‘단기 매매.’ 단기 매매는 투기다. 그렇다면 단기는 또 언제까지냐. 이렇게 굉장히 어려운 얘기거든요.

대통령께서 이런 얘기하셨죠. 주택을 여러 개 갖는 것 등의 부동산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고 주식에 투자해라고요. 그런데 주식에 투자하는 건 어디 투자하는 거죠? 기업에 투자하는 거죠. 그러면 기업에 투자했는데 그 기업이 산업용지가 필요해 땅을 살 때 지금 어떤 공장을 지으니까 물건이 나올 때쯤 해서 땅을 사는 게 아니잖아요. 그보다 훨씬 전에 땅을 사놓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것은 투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투기로 볼 것인가? 애매하잖아요?



정부에서 자꾸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국민의 도덕성으로 미루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것들 때문에 그냥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그건 결과적으로 주택을 안정화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거죠.

차라리 실질수요라는 개념을 인정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민간인들이 주택을 많이 공급하도록 하고 적정 주택량도 새로 산정을 해서 시장도 안정시키고 국민들도 도덕적 올가미에서 구해주는 정책을 펼쳐야만 해요.

김 : 실질 수요를 기반으로 주택 공급량 산정을 하면 적정 주택량 같은 게 있습니까?

윤 : 제가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가 강남권으로 가고 싶다는 대답을 내놨어요. 이처럼 강남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고 그것을 가수요가 아니라 실질수요라고 인정을 한다면 필요한 집의 양이 강남에만 85만호가 돼요. 5년 동안 매년 17만호가 공급돼야 충족이 되는 많은 양이죠.



김 : 지금 산본 신도시가 41만 가구로 저는 기억하거든요. 그러면 지금 강남에 5년 동안 추가로 필요한 게 산본 신도시 2개 정도의 규모의 주택공급이 이루어져야 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군요.

그러면 산본 신도시 2개 정도의 수요가 몰린다면 현실적으로 그걸 흡수를 해 주기가 쉽지 않지 않습니까. 지을 데가 없다는 거죠. 용적률을 높이고 하더라도 그걸 한 번에 소화를 시키기는 힘든 수요이지 않습니까. 그게 결국 강남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거 아닌가요?

윤 : 지금 현재 미치고 있는 거죠. 최근 정부에서 36만호 정도를 공급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살고 싶은 곳도 아닌데 100만 호를 지으면 뭐하냐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사람들이 제일 살고 싶은 곳은 강남권인데 말이죠.



김 : 실질소유의 개념이 도입될 경우 가장 정책상 변화가 많이 일어날 부분은 세금 분야일 것 같거든요. 이를 테면 제가 지금 지방 발령을 받아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3년 뒤에 다시 서울에서 복귀를 한다면 3년 뒤에 살 집을 미리 사두는 것은 투기나 가수요가 아니라 실질수요라는 것이 교수님 설명이잖아요.

그러면 지금 만약에 제가 지방에서 살고 있는 집 하나와 서울에 3년 뒤에 살게 될 집을 합쳐 ‘1가구 2주택’이 되는 상황에서도 다주택자에 준하는 세금 부여가 아니라 ‘1가구 1주택자’에 준하는 세금 정책을 펼쳐야 된다는 논리가 이루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 생각이신가요?

윤 :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자 하는 것이 마치 정의처럼 보이고 그렇게 돼야 주택 가격이 안정이 되고 수요가 줄 것이라고 보이잖아요. 그것은 수요·공급 논리와는 전혀 맞지가 않고요. 단지 그걸 빌미로 해서 1974년도 소득세법 개정을 할 때 1가구 2주택 이상인 사람한테 양도세에 면제를 해주지 않았던 것처럼 세금을 더 걷는 효과 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주제는 뭐냐 하면 세금을 더 걷느냐 마느냐를 논의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논의하는 거잖아요.

그것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는 거죠. 여태까지 역대 정부가 임대인 위주의 시작을 만들어놓고 우리가 주택가격을 ‘잡겠다’, ‘안정화 시키겠다’고 말하는 구조라는 거죠. 이게 저는 엄청 답답한 거죠. 그런데 겉으로 볼 때는 너무 괜찮은 거예요. ‘나는 집이 하나밖에 없는데 두 채 가진 사람들 쌤통이다’라고 일반 사람들이 상각하는 거죠.

1가구 1주택 개념으로 다주택자들을 억제하는 방향이 오히려 무주택자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거죠. 그게 바로 2020년도에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겪은 현실이에요.

그래서 처음에 정부가 들어섰을 때 ‘집값 안정시키겠다’, ‘절대로 은행에서 돈 빌려서 집 사는 거 막겠다’ 등등 걱정했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 제일 고통받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집을 지금 사야 하는 사람들과 사려고 준비했던 사람들이죠. 또 그런 정책을 통해 ‘영끌’, ‘패닉바잉’ 등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정현정 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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