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가 2000년대 초반 벌어진 카드 대란 사태를 언급하며 광고 모델로서 느낀 책임감을 고백했다.
카드대란은 1997년 말 터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경기를 활성화하려고 국민의정부가 과도하게 규제를 완화한 데서 빚어진 결과였다. 국민의 정부는 내수를 진작해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는 한편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부족한 세원을 발굴하는 일석이조의 묘수라고 생각해 1999년부터 대대적인 신용카드 장려정책을 폈다.
1999년 2월 총 여신액의 40%로 규정된 카드사 신용판매 취급 비중 규제를 폐지했고, 5월에는 월 70만원이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를 폐지했고, 8월에는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했고, 2000년에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 추첨제를 시행하는 등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특히 카드사들의 길거리 회원모집이 허용되면서 카드사들은 길거리에 탁자를 놓고 행인들을 붙잡고 카드를 발급해줬다.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카드사 간 과당경쟁은 폭발적 신용카드 발급으로 이어졌다.
카드 발급 장수는 1999년 3900만장에서 2002년 1억500만장으로 급증했고, 현금대출과 과잉 사용이 반복되면서 신용불량자는 2001년 245만명, 2003년 372만명까지 치솟았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4장 이상 신용카드를 보유한 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금 서비스로 빚을 돌려막기를 하며 버티던 사람들은 장기 연체자가 되고 대규모 신용불량자가 생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뒤는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고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지만 신용불량자가 사상 최대인 250만명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 배우 이영애는 1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 3'에 출연해 광고 활동이 남긴 그림자를 언급했다. 그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가끔은 TV 속 제 얼굴이 싫었다. 그래서 광고를 줄이기도 했다. 광고에 대한 부작용도 많았다"며 신용카드 대란 사태를 떠올렸다.
그는 "신용불량자 사회 현상이 아주 심각했다"고 회상하며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광고 모델을 한 입장에서 모델로서 책임감도 없지 않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이었고 마음이 아팠다. 그만하겠다고 한 광고도 여러 개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