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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찾아가 “내 남자친구 찾아내”…집행유예 받은 그녀의 사연[범죄의 재구성]

연인 찾아달라며 경찰서에서 자해 협박

법원,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갑질’ 민원인 집행유예 선고 비중 늘어

일선 공무원들 위한 해결책 필요

/이미지투데이




경찰관이나 소방관 같이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일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공무원의 본분이기는 하지만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공무집행방해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8,760건으로 2010년 5,155건에 비해 약 70% 증가했다. 공무원들은 업무는 물론이고 매년 증가하는 ‘갑질’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A씨도 공무원을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한 ‘갑질’ 민원인 중 한 명 이었다. 그녀는 지난 2019년 4월 서울의 한 경찰서를 찾아 남자친구를 찾아달라는 요구를 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실종 신고와 수색 요청은 가족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관들은 정중하게 그녀의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경찰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연인을 찾아달라며 경찰서를 찾아온 순진한 여성이 범법자로 바뀌는 것은 순간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칼을 꺼내 들었다. 경찰 입장에서는 공격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민원인의 자해를 막아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자리에 있었던 경찰들은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듣지 않았고 함께 준비해온 독성 물질이 든 음료수 통을 입에 가져다 대며 자해 협박을 시작했다. 더불어 그녀는 “내가 못 죽을 까봐”, “(남자친구) 빨리 오라고 해”라는 고성을 질렀다. 그녀의 협박은 20분 가량 이어진 후 끝이 났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에게는 체감상 훨씬 긴 악몽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결국 A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 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며 경찰공무원의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정당한 집무집행을 방해하였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문제는 그녀가 2년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로 접수된 사건이 2010년 5,155건에서 2019년 8,760건으로 늘어난 가운데 해당 사건 중 집행유예로 처리된 비율은 2010년 31%에서 2019년 50%로 증가했다. 일선에서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고생과 별개로 해당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다.

중형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장직 공무원들을 향한 ‘갑질’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다. 오늘도 일선에서 고생하는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행운을 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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