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이들 단체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조직 핵심인 사무국 총책임자인 상근부회장 자리에 산업통상자원부(옛 산업자원부) 인사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재계는 경제 단체의 실무를 챙기는 산업부 출신 인사들이 집권 말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와 경제 단체의 관계에 탄탄한 다리가 돼줄지 주목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무협은 지난달 26일 이관섭 전 산업부 차관을 신임 상근부회장으로 맞이했다. 이 전 차관은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으로 수장 자리를 맡은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호흡을 맞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수출길 마련에 힘을 쓸 계획이다. 이보다 보름 정도 앞선 지난달 15일에는 경총이 산업부 산업정책국장 출신이자 손경식 회장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을, 대한상의는 지난해 2월 우태희 전 산업부 차관을 상근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4대 경제 단체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제외한 세 단체에서 산업부 고위인사 출신이 상근부회장 직책을 맡게 됐다.
물론 산업부 고위 인사가 퇴직 이후에 주요 경제 단체에 진출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기업 규제 3법’ 등 기업 관련 법안이 경제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차례로 현실화되는 경험을 한 이들 단체가 잇따라 관(官)과의 거리를 좁히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들 단체의 사무국을 총괄하는 상근부회장을 산업부 출신으로 임명할 경우 여러 장점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우선 타 정부 부처, 여당 등과 접촉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산업부 출신 고위 공무원이기에 네트워크 측면에서 이점이 남다르다. 또한 기업 정책을 다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산업계의 상황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산업부 출신 상근부회장들의 장점으로 꼽힌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정부 부처 가운데 기업의 카운터 파트너 같은 역할을 하는 산업부 출신인 이들 상근부회장은 산업계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기에 매우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사무국 소속 직원의 내부 승진으로 상근부회장 자리를 채울 경우 내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에 정부 부처 출신과 같은 외부 인사를 중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 단체들이 상근부회장을 꼭 외부인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오히려 사무국의 전횡을 견제하고 효과적인 정부와의 소통을 위한다는 필요에 의해 외부 인사 영입을 추진하고, 그 중에서도 산업부 인사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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