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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룬 문자





지난 2014년 7월 덴마크 남동부 롤란섬에서 1,000여 년 전 바이킹이 실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 망치가 발견됐다. 겉면에 룬(Rune) 문자로 ‘망치’를 의미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망치 주인을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부적 표시도 있었다. 특히 외형이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 ‘토르’의 망치와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게르만 고유의 문자로 알려진 룬 문자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그중 기원전 2세기경 알프스산맥 지방에 살던 게르만의 한 부족이 북이탈리아 문자로부터 차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북유럽 신화에서 지혜의 신 ‘오딘’이 고행을 통해 얻어 마법의 힘이 있다고도 전해진다. 룬은 고대 노르드어에서 ‘문자’ ‘글자’ ‘새기다’ 등을 의미하며 고대 독일어에서는 ‘비밀’ ‘신비’ 등을 뜻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신비로운 문자’가 된다. 일상 언어와 달리 주로 비석이나 무기·장신구 등에 새겨지면서 마법의 문자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룬 문자는 점을 치거나 병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사랑을 얻거나 자신에게 닥칠 재난을 막는 데도 사용됐다.



룬 문자가 새삼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아돌프 히틀러는 우연히 룬 문자를 접한 후 심취했고 중세 이후 사라진 이 문자를 복원하는 데 힘썼다. 나치 문양으로 유명한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갈고리 십자가)와 나치 친위대인 슈츠슈타펠(Schutzstaffel·SS)의 번개 모양 표식 모두 ‘태양’ ‘승리’를 뜻하는 룬 문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장 무대 디자인이 나치 표식과 흡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플로리다 올랜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CPAC 2021’ 행사장의 무대가 사각형 세 개를 차례로 겹쳐놓은 모양이었는데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대선 이후 민주주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자칫 전체주의 망령이 미국 본토를 습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연성 파시즘’ 등장을 경계하라는 지식인들의 뼈아픈 조언이 나오는 것도 심상치 않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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