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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라이프
[책꽂이]"왜 그들은 이중적일까"···파란눈에 비친 일본

■일본의 굴레-태가트 머피R 지음, 글항아리 펴냄





“일본에서 마주치는 예의 바름과 서비스의 수준은 다른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높아서, 가끔 이 세상이 나의 쾌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환상에 빠져들게 할 정도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나라 특유의 친절함을 경험했을 것이다. 상점이나 식당에서 극도의 존칭과 겸양어(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표현)로 주문을 받고 손님을 응대하는 점원들이 누군가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본에서 40년 넘게 생활해 온 서양인의 눈에도 일본 사람들은 뭔가 이상했다. 굴욕적일 만큼 친절한 서비스 뿐만이 아니었다. 무언가 불평할 만한 일이 생겨도 입을 굳게 다무는 이가 대부분이었고, 권력에 도전하는 일은 좀체 하지 않는 체념적인 모습이 일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서양인들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섹스 산업을 꽃 피웠고, 작은 일에서 쾌락을 찾기도 한다. 낯설고도 이질적인, 그래서 매력적인 열도는 알면 알수록 ‘사회적 모순’이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 보였다. 정작 일본 사람들은 속내와는 다른 형식적인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모순을 애써 부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신간 ‘일본의 굴레’는 일본 쓰쿠바대학에서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를 지낸 미국인 태가트 머피가 바라본 일본에 대한 분석서다. 헤이안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적 맥락과 함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짚어가며 오늘의 일본을 설명한다. 저자는 일본인의 가장 독특한 면모로 ‘모순을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꼽는다. 사람들은 매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성숙함이라 여기고, 가치 없는 목표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추구하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 마음가짐을 내면화한다. 물론 이 태도가 일본을 매력적이고 성공적으로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지만, 대중을 착취하기 좋은 이상적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일본 근대사의 비극을 야기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특유의 가치관이 사회 지도층 레벨로 가면 권력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과 그 동기에 대해 스스로를 기만하는 이중적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는 분석이 인상적이다.

방대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이 과거 일본과 어떻게 연결돼 있고, 과거 일본이 어떻게 지금의 일본을 구속하고 있는지를 짜임새 있게 정리했다. 부제는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이다. 3만 2,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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