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1조 9,000억 달러(약 2,140조 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양책을 추가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4조 달러가량의 부양책을 꺼내든 데 이어 또다시 초대형 부양책 시행을 눈앞에 둔 것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에 경기와 고용 회복은 빨라지겠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상원은 전날부터 이어진 밤샘 회의 후 이날 1조 9,000억 달러짜리 부양책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상원이 통과시킨 법안은 △성인 1인당 1,400달러 현금 지급 △오는 9월까지 주당 300달러 실업급여 인상 △1년간 자녀세액공제 확대 △코로나19 백신 배포 및 진단 지원 △학교 재개 지원 △항공사 급여 140억 달러 지원 등이 뼈대다.
상원안은 앞서 통과된 하원 법안을 일부 수정했다. 현금 지급은 개인 기준 소득 연간 8만 달러, 맞벌이의 경우 16만 달러 미만으로 수령 대상을 좁혔다. 하원안은 개인 10만 달러, 부부 20만 달러가 기준이었다.
또 실업급여는 1만 200달러까지 비과세하기로 했다. 하원에서 부양책과 함께 통과시킨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 인상안도 상원에서는 빠졌다. 실업급여는 추가 지급액을 400달러에서 300달러로 낮추는 대신 지급 기한을 기존 8월 29일에서 9월 6일로 연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에 대한 도움이 오고 있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 법안은 매우 절실하고 긴급하게 필요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과 배포 속도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원이 하원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기 때문에 하원은 9일 부양책에 대한 표결을 다시 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민주당 하원이 추진하던 안에서 후퇴한 부분이 있지만 백악관과 민주당은 큰 틀에서 만족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엄청난 진전”이라며 상원안을 통과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14일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해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경기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국채 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경제활동 재개가 이뤄지면서 풀리지 않는 마지막 고리였던 고용이 살아나고 있다. 미국의 지난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37만 9,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21만 명을 크게 웃돌았다. 1월 고용도 4만 9,000명 증가에서 16만 6,000명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6.2%로 0.1%포인트 내려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19 부양책이 통과하면 내년에 완전 고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 장관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한 현금 지급 역시 일부 대상을 축소했음에도 대부분의 미국인이 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85%가 현금을 지급받을 예정이고 두 자녀를 둔 연간 소득 10만 달러 미만 가정은 5,600달러를 수령하게 된다.
실업급여에 대한 세금 감면도 사실상 현금 지급의 효과를 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입이 적은 이들은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겠지만 중간 소득자는 1,000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봤다. 공화당 소속 롭 포트먼 상원 의원(오하이오주)은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필요하지 않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추가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초대형 인프라·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추정 규모만 3조 달러다. 추가로 민주당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지역이 있으면 또 다른 부양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룩스맥도날드의 에드워드 팍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방준비제도의 말처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지속성이 있을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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