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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김정은, '밀당' 시작…北 "여론몰이용 접촉" vs 美 "자국민 학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스콧 플레어스 제7공군사령관 겸 주한미군부사령관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와 김정은 정권 간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치밀한 수 싸움이 18일 막을 올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미국의 물밑접촉 시도를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 조미접촉”이라고 비방하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김정은 정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지적해 회의장을 순간 얼어붙게 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워싱턴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첫 대미 공개 경고에도 ‘로키(lowkey·낮은 자세)'로 대응하면서 북한 자극을 자제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최 제1부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에 앞서 미국의 물밑접촉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미국은 최근에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 통보문을 보내오면서 우리와의 접촉을 요청하였으며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조미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얄팍한 눅거리수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북미 간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미 강대강,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새 정권이 시작부터 재미없는 짓들만 골라하는 것을 꼼꼼히 기록해두며 지켜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선대북적대시정책 철회 후 대화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험담이 없고 행동 예고도 없다는 것은 기싸움을 하면서 대화의 문도 열어 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미국과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며 “미국에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융통성을 확보해 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북한은 큰 틀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이은 최선희 제1부상 담화로 대화와 협상에 대한 의욕이나 기대감이 한 단계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오후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인권 문제에 대한 강경 발언을 던졌다.

그는 북한을 향해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지속적으로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억압하는 이들에 저항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이 직면해 있는 “공통의 위협”으로 “북핵 핵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이 전날 미중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홍콩 고위 관리 24명에게 금융 제재를 가하면서 기선제압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북한에 대한 발언은 수위가 다소 조절된 분위기다.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6일 한미연합군사훈련 비난 담화를 통해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도발에도 블링컨 장관은 지난 16일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비난 담화와 관련해 “별로 익숙하지 않은 코멘트지만 매우 흥미롭다”며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나는 북한에서 나온 발언에 직접 언급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미국 NBC 방송은 지난 16일 현직 고위 당국자 3명과 전직 고위 당국자 1명을 인용해 지난 2월 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참모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공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어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17일 각국 은행 해킹을 주도한 북한 해커 3명에 대한 기소 사실을 밝히면서 북한을 ‘국기 달린 범죄집단(criminal syndicate with a flag)’라고 표현한 데 대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며 항의한 바 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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