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이 보수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게임 업체가 개발은 등한시한 채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매출 극대화에만 몰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한국게임학회가 ‘게임 확률형 아이템, 원인 분석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연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 위정현(사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기조 발제에서 “확률 공개를 내용으로 한 게임법 개정안 조기 입법으로 사행성 논란을 수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에서 활용되는 일종의 ‘뽑기 형태’ 아이템으로 금액을 투입해 확률에 따라 지급된다. 게임사가 임의로 정한 확률표 기반으로 뽑기가 진행돼 낮은 확률을 뚫고 희귀 아이템 획득을 바라는 요행 심리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지속돼왔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에서 제작하는 데 무려 2억 원이 드는 고가의 아이템이 출시되기도 했다.
위 교수는 소수의 유저에게 매출을 의존하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바일 게임은 95.3%의 유저가 무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4.7%에게 매출을 쥐어짜는 구조”라며 “고래, 그중에서도 0.1%의 ‘큰 고래’ 유저를 집중 공략하는 게 확률형 아이템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고래 유저란 현금 결제를 많이 하는 게임 이용자를 의미한다.
위 교수는 2016년 콘텐츠연구소장을 맡았던 당시에도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와 사용 금액의 제한 등을 주장했던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에도 사용자들의 불만이 표출돼 해법으로 감시 기구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 개발사와 사용자는 함께 진화하는 상호 신뢰 관계라고 주장했다. 일본도 확률형 아이템 폐해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2016년 게임사의 운영 책임자가 아이템 확률 설정 기록을 남기고 허위 기재 시 제재를 가하도록 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내 업계의 확률 공개 자율 규제는 지난 5년 동안 유명무실했다”며 “게임 산업 생존을 위해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기 수습이 안 되고 이대로 간다면 향후 국회에서 아이템 사업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나오는 수습 불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그동안 힘들게 회복한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사행성 논란으로 망가지게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