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술 취한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해 아기가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청주 흥덕경찰서는 수술을 집도한 의사 A씨의 음주사실을 확인했으며, 의료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열 달을 품은 제 아들을 죽인 살인자 의사와 병원을 처벌해주세요. 주치의의 음주 수술로 뱃속 아기를 잃은 엄마입니다'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청원인 A씨는 "저는 5개월 된 딸아이를 둔 엄마다. 앞으로 말씀드릴 이런 일이 없었다면 5개월 된 딸과 아들을 둔 쌍둥이 엄마였을 것"이라고 운을 땠다. 청원인은 "갑자기 양수가 터져 병원을 찾았지만, 주치의 A씨는 휴진이고, 당직 의사는 '아이 상태가 좋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그러나 저녁 무렵 갑자기 간호사들이 분주해지더니 뱃 속 아이의 심장박동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말이 들렸다"고 주장했다.
A씨의 제왕절개 수술은 주치의 B씨가 맡았다. A씨는 당시 B씨가 코를 찌를 듯한 술 냄새를 풍기며 급히 달려와 수술실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수술이 끝난 후 비틀거리며 나오는 B씨에게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해보니 만취상태였다"며 "B씨가 경찰관에게 '멀리 지방에서 라이딩을 하고 여흥으로 술을 먹었다'고 하며 '그래요, 한잔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경찰은 일단 A씨의 음주 사실은 확인했다. 당시 가족 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1%이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그가 혈중알코올농도는 0.038% 상태에서 직접 차를 몰고 병원까지 운전한 사실을 확인해 그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의료사고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대한의사협회 등에 감정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술을 마신 채 직접 차를 몰고 병원에 간 사실은 확인했으나 의료사고 여부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음주 수술에 대한 처벌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병원 측은 "청원인의 주장이 사실이 다르다"고 반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