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강화를 위한 첨단 신무기로는 강력한 전자기 펄스로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전자기펄스탄’(EMP탄)과 함께 ‘정전탄’(탄소섬유탄)이 꼽힌다. 정전탄은 유사시 적의 전력망을 무력화하여 적 작전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을 차단시킨다고 해서 블랫아웃-밤(Blackout Bomb)으로 불리기도 한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이 바그다드 변전소에 투하해 실전에서 처음 사용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지난 2012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업체로 참여하는 풍산이 무기 케이스 구축을, LIG넥스원이 유도키트 및 시스템 통합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신관 개발을 맡았다. 당초 2024년까지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최근에 ADD에서 시제기용 정전탄을 만들어 비밀리에 비행시험을 마치고 보완점 개선 등 개발 막바지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전탄은 공군이 주로 운용하게 된다. 공군은 ‘장거리 정전유도탄’으로 활용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천룡’급 추진체계에 정전탄을 탑재해 변전소를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하는 무기체계로 활용할 계획이다. 개발하는 정전탄은 항공기 투하용과 폭탄형, 미사일 탑재형 모두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화 체계개발은 국방부의 ‘2017~2021 국방중기계획’에 처음 포함된 사항이다.
정전탄의 위력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 이 때문에 미군이 적국 공습 때 가장 먼저 쓰일 정도로 전력망 마비를 통해 적국을 무력화시킨다. 미군은 지난 1999년 5월 유고슬라비아 공습 당시 F-117A 스텔스 폭격기가 탄소섬유탄을 투하해 유고슬라비아 전역에 공급되는 전력 70%를 차단해 그 위력을 증명했다. 2003년 이라크전 때도 정전탄 공습으로 30일간 지역 전력망을 무너뜨렸다.
고(高)섬광탄 음파무기, 초강력 부식제 등과 같이 사람을 해치지 않아 ‘탄소섬유탄’(Graphite Bomb)으로 통하기도 한다. 폭약이 없지만 그 위력은 차량이나 발전소 등 적의 주요 장비나 시설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 정전탄은 직접 인명을 살상하지 않아 비살상 기술·무기체계(Soft-Kill)로 분류된다.
정전탄 작동 원리는 탄소섬유 소재 와이어를 대량 방출해 송전계통 절연을 손상시키는 방식이다. 이 탄소섬유가 전력 설비에 달라붙어 정전을 유도해 제거 전까지는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복구 시간이 길어 적의 전력망은 물론 군 통신·지휘체계 등 작전능력 전반에 장시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시설 복구에 7시간, 일반 시설 복구까지 20시간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원리를 적용해 전투기나 미사일 등에 탑재해 투하 또는 발사한 후 사전에 입력된 표적(전력 시설 등) 상공으로 유도해 터트리는 방식으로 공격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탄소섬유탄은 신관에 의해 목표물 상공 수 ㎞에서 자탄을 방출한다. 분산된 자탄들은 전개된 낙하산에 의해 낙하 도중 감지장치에 의해 목표지점 수백 m 상공에서 다시 자탄신관에 의해 탄소섬유 결합체를 살포한다.
최종적으로 분산 낙하하는 자탄들에서 니켈이 함유된 탄소섬유가 무수히 방출돼 송전선에 걸리게 되며 이때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려 단락현상 발생으로 기능을 무력화한다. 탄소섬유 결합체는 147권선(coil)의 와이어(wire)형 탄소섬유로 이뤄져 각 권선의 길이가 약 4.5㎞에 달해 살포시 서로 거미줄처럼 얽히면서 확산돼 적 전력망을 마비시킨다.
최근에는 KGGB(재래식 폭탄에 유도키트를 장착한 유도폭탄) 키트를 이용해 사거리 증대와 함께 유도 및 타격 정확성의 신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국내에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정전탄은 전도가 높은 니켈과 탄소섬유를 결합해 만든 ‘자탄(子彈) 내재 폭탄’과 유도비행키트(Guided Kit)로 구성되는 항공기투하용인 ‘한국형 GPS 유도폭탄’(KGGB·Korean GPS Guided Bomb) 등 두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하는 정전탄 탄체는 미 공군이 보유한 CBU-94/B 정전탄과 동일하게 클러스터 폭탄을 탄체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내에서 개발된 스마트 폭탄인 KGGB와 같이 날개가 달린 유도키트를 적용해 사거리와 공격 각도를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늦어도 2028년까지는 탄소섬유탄 수백 발을 공군에 실전 배치할 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hle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