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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호텔보다 특별한 완전무료 예식장





구년(久年) 3월 모 언론에 양가 부모님 재산을 다 합쳐도 10억도 안 되는 집안에서 결혼식은 호텔에서 해야 된다고 아버지는 은행에서 4000만 원을, 아들은 1억 2000만 원의 빚을 내어 호텔에서 멋지게 예식을 올렸는데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해 부부싸움만 하다가 1년도 못 가서 헤어졌다고 합니다. 마을회관과 공회당도 있고 사진값도 안 받는 완전무료 사회봉사로 국민훈장을 두 번이나 수훈한 신신예식장도 여기 있는데 왜 자식의 장래를 망쳐버립니까. 너무나 안타깝고 한심스럽습니다. 손님 2층으로 오세요. 예식장 관람하시고 백초차(百草茶) 한잔 같이 합시다. (한승일 지음, ‘신신예식장’, 2021년 클 펴냄)

마산에 50여 년 동안 이어온 ‘무료 결혼식장’이 있다. 한승일 작가는 이 무료 결혼식장의 주인인 90세 백낙삼 사장과 80세 최필순 이사 부부를 관찰하며, ‘신신예식장’의 놀라운 하루와 역사를 글과 사진으로 복원했다. 신신예식장에서 혼례를 치르는 외국인 신부나 노부부, 그리고 허례허식으로 삶을 좀먹지 않으려는 젊은 부부들의 사연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무료 예식장에서 치르는 이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들어설 틈은 없다. 신신예식장에는 반세기가 넘도록 돈을 받지 않고 수많은 부부의 첫날을 축복해온 고상함과 품격이 있고, 레트로한 공간에서도 신부의 드레스만은 절대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서울에서 최신상 드레스를 공수해오는 섬세함과 정성이 있다. 그리하여 이 책에 담긴 신신예식장의 풍경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아름답고, 내 부모의 결혼식장에 들어간 듯 경건해진다.



유명 호텔에서 자녀 결혼식을 치러주지 못하니 못난 부모라며 가슴만 칠 것이 아니라, 이토록 존엄하고 유서 깊은 예식장도 있음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1만 회 이상 무료로 주례를 섰다는 백낙삼 주인 부부가 서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이것이라고 한다. “당신은 좀 쉬어요. 내가 할게요.”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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