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지난 25일 조합장 명의의 글을 통해 “이주·철거부터 진행한 뒤 정비 계획안 변경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새롭게 선출될 서울시장의 잔여 임기(1년) 내에 사업 속도를 내려면 핵심 과제인 정비 계획안 변경을 뒤로 미루더라도 이주 등 다른 절차를 빨리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는 논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목적으로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서울 강남·북 등 주요 요지의 재건축 단지들이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경우 한 달 새 실거래 매매가가 11억 원 급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주택 시장을 더욱 자극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사실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 게 쉽지 않다”며 “기대감만 키우고 현실화는 늦어지면서 호가만 계속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8일 서울경제가 양천구 목동, 강남구 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등 주요 지역의 재건축 분위기를 취재한 결과 대부분 단지에서 규제 완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지지율이 높은 야당 후보가 재건축 규제를 확 풀어주겠다고 한 만큼 당선되면 재건축 바람이 크게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성산시영 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야당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된 날 매수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의도도 비슷한 분위기다. 서울시는 3년 만에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교통영향평가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여의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선거 이후 추이를 보고 움직이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량은 크게 줄었지만 종종 나타나는 실거래는 기존 최고가를 훌쩍 뛰어넘는 신고가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 압구정 현대1·2차 전용면적 196㎡ 아파트는 15일 63억 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직전 거래였던 51억 5,000만 원보다 무려 11억 5,000만 원이 뛴 가격이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3㎡는 올해 초 24억 원대에서 거래됐지만 5일에는 26억 8,100만 원까지 올랐다. 성산시영 전용 50㎡는 8일 10억 1,500만 원에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해당 평형 첫 10억 원 돌파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보궐선거로 선출되는 서울시장의 임기가 1년 남짓으로 짧은데다 구체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지나친 낙관론을 펴기는 이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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