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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타워 높이 신안 풍력발전 1,000기 환경 피해 없이 세울 수 있나” [청론직설]

■성원용 서울대 전기공학부 명예교수(광주과학기술원 초빙석학교수)

전력 생산 위해 초속 최소 11m 불어야...9m로는 실행 못해

규모도 원전 6기 아닌 2기...수명 다하면 재활용도 쉽지 않아

전기차 시대 맞아 ‘신재생 전기로 충전’하는 연구 서둘러야

‘48조5,000억 전남 농업·IT 투자’가 나라·젊은이 살리는 길

성원용 서울대 명예교수가 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풍력발전이 가능하려면 바람이 최소 초속 11m 이상 불어야 한다”며 “바람이 약한 신안 풍력 단지는 실현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신안 해상 풍력 단지 투자 협약식이 지난 2월 5일 전남 신안 임자2대교에서 열렸다. 이 사업은 모두 48조 5,000억 원이 투입돼 오는 2030년까지 8.2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해상 풍력 단지 조성 프로젝트다. 일자리도 12만 개 생긴다고 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완전히 가슴 뛰는 프로젝트”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숫자만 놓고 보면 대통령은 물론 모든 국민의 가슴이 뛸 만하다. 며칠이 지나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성원용 서울대 명예교수(광주과학기술원(GIST) 초빙석학교수)가 소셜미디어(SNS)에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계획인지 국민들이 모른다”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5일 성 교수를 만나 해상 풍력 프로젝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얘기를 들었다. 그는 “정부에서 발표한 모든 내용이 잘못됐다”며 “정부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혹시 밀어붙이더라도 환경만 파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48조 5,000억 원이 있으면 그 돈을 전남의 농업이나 정보기술(IT)에 투자해야 된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나라와 전남 젊은이들을 살게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안 해상 풍력 단지 계획을 비판한 성 교수의 SNS 글이 화제가 됐다. 글을 올린 이유가 뭔가.

△대통령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발표한 프로젝트라면 확실한 실행 계획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실행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지역은 풍력발전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일정상 말이 안 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8.2GW의 발전 시설을 건설한다고 했다. 9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해상 풍력발전을 하려면 당장 사전 조사에 해당하는 풍질 조사만 최소한 2년 동안 해야 된다. 발전기를 바다에 세우는 해상 풍력발전은 땅에 세우는 지상 풍력발전에 비해 훨씬 더 어렵고 공사 기간도 길다. 몇 곳에서 시범 사업도 해봐야 한다. 해당 지역은 어민들이 어업을 하는 곳인 만큼 환경에 미칠 영향도 파악해야 한다. 본 사업을 완공하기까지 9년은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8.2GW는 어느 정도 용량인가.

△가정에서 쓰는 전열기 용량이 대개 1㎾ 정도다. 1㎿는 1,000㎾, 1GW는 100만 ㎾이다. 현재 주력인 풍력발전기가 4㎿ 정도이고 원전 1기는 1.4GW 정도이다. 8.2GW는 4㎿ 풍력발전기 약 2,000개 또는 원전 6기 정도 되는 시설 용량이다.

-정부가 발표한 신안의 풍속은 초당 평균 7.2m다. 이 정도면 풍력발전이 가능한가.

△해상은 육지에 비해 바람이 세고 풍력발전기는 더 높은 곳에 설치되기 때문에 바람이 더 강하다. 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는 곳의 풍속은 9m가량 될 수 있다. 덴마크나 영국의 경우 대개 풍속 13m를 예상하고 발전기를 세우고 최소 11m는 불어야 제대로 전기가 나온다. 풍력발전소 건설에 적당한 입지가 아니다.

-전력 생산이 아예 어렵다는 뜻인가.

△발전량은 풍속의 3제곱에 비례한다. 신안의 풍속을 9m로 높게 잡고 유럽 북해의 풍속을 11m로 낮게 잡는다고 할 때 신안의 풍속은 유럽의 81%가량 된다. 이 경우 발전량은 0.81의 3제곱이니까 53.1%다. 신안에 호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발전량이 유럽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이 절반이면 정부가 발표한 8.2GW라는 용량도 달라져야 하나.

△8.2GW는 바람이 아주 세게 부는 시간에 생산 가능한 최대 용량이다. 이를 시설 용량이라고 한다. 바람이 강한 날은 시설 용량이 다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바람이 항상 세게 불지는 않는다. 이용률이라는 개념이 있다. 1년 동안 전력을 생산하는 시간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원전은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이용률이 85% 정도 된다. 신안의 풍력발전은 이용률이 아마 30% 수준이 될 것이다. 회사 직원으로 비유하자면 결근을 밥 먹듯이 하는 셈이다. 8.2GW 시설 용량에 30%의 이용률을 곱하면 실제로 얻어지는 전기는 시설 용량 2.8GW인 원전 2기 정도밖에 안 된다.

-풍력발전기의 수명은 어떤가. 또 수명이 다하면 폐기해야 되나.

△풍력발전기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20~25년이다. 발전기의 날개를 받쳐주는 탑은 철 구조물이니까 수명이 다한 뒤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리섬유나 탄소섬유로 만드는 날개는 재활용이 힘들다. 발전기의 날개는 길이가 70~100m에 달하기 때문에 폐기도 쉽지 않다.

-풍력발전을 먼저 한 독일은 상황이 어떠한가.

△독일도 폐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독일에서는 20년 전에 설치한 소용량 풍력발전기 2만 개를 곧 철거해야 한다. 그런데 땅속 깊이까지 부어 넣은 콘크리트 기초를 제대로 제거하기 힘들다. 콘크리트 폐기물이 엄청나게 나온다.

-바람이 세게 불어 발전량이 많을 때도 있겠다.

△전력 생산이 갑자기 초과되는 경우도 문제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과다 신재생 발전 때문에 발전량이 초과돼 77차례나 풍력발전기를 강제 정지했다.



-생산된 전력의 저장은 불가능한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단위 부피에 저장된 에너지)가 매우 낮고 가격이 엄청 비싸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휘발유나 석탄 대비 50분의 1이다. 배터리로는 기껏 1시간 정도 저장할 수 있다. 저녁에 바람이 불면 발전한 뒤 저장했다가 바람이 불지 않는 낮에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발전량이 부족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유럽은 전력망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를 전력 그리드라고 한다. 전력이 부족하면 인접 국가에서 빌려온다. 독일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멀리 노르웨이의 수력발전 전기를 급히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전력에 관한 한 섬이다. 보내줄 곳도 꿔올 곳도 없다. 2월 중순 미국 텍사스주에서 예상 못한 한파로 대정전이 일어났다. 텍사스주는 외부와 그리드 연결을 하지 않았다. 이 여파로 100명 넘게 희생됐고, 그곳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가동도 무려 한 달이나 중지됐다. 우리도 걱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풍력발전을 할 때 가스 발전도 같이 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외국과 그리드 연결이 안 돼 있다. 풍속이 내려가면 발전량이 줄어드니까 부족분을 가스 발전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바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불었다가 멈췄다가 할 수 있다. 가스 발전기를 그때마다 껐다가 켜야 하는데 이때 매연이 많이 나온다. 풍력발전기의 이용률이 30%면 나머지는 가스 발전으로 채워야 하니 오히려 가스 발전이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해상 풍력발전을 정부는 왜 추진하는 걸까.

△정부의 탈(脫)원전 신재생 에너지 강조 정책과 연결돼 있다. 탈원전·탈석탄 상황에서는 신재생 에너지와 가스 발전밖에 선택지가 없다. 잘못 판단한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입지가 중요하다. 비는 오지 않고 햇볕만 세고 건조해 농지로 사용하기 어려운 곳이 태양광 적지이고 바람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풍력발전기를 세울 곳이다.

-정부는 풍력 단지 조성으로 12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풍력발전기의 주요 부품은 시설을 갖춘 전문 공장에서 생산되지 설치 지역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가 생기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공사 기간 중 그 지역 토목 사업은 가능하겠지만 발전기가 완공된 다음에는 그 지역 사람이 할 일은 거의 없다.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해상 풍력발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는가.

△신안 풍력 단지 조성에 48조 원이 넘게 드는데 이용률을 감안한 실제 전기 생산량은 10조 원 이하의 비용이 드는 원전 2기 정도밖에 안 된다. 풍력발전이 많은 덴마크나 독일은 가정용 전기료가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한국의 3.5배쯤 된다. 생산된 전기를 비싸게 구입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을 계속하면 우리 전기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남산타워 높이의 풍력발전기 1,000기를 환경 피해 없이 세웠다가 20년 후 말끔하게 철거할 수 있을까. 유럽에서도 해상 풍력발전 시설 때문에 어민과의 갈등이 적지 않다.

-해상 풍력발전이 아니라면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전기 공급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설을 확대하더라도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대신 전기 공급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도록 소비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전기차가 곧 대세가 되는데 전기를 많이 소모한다. 아파트를 포함한 전국의 주차 공간에 충전 시설을 만들고 여기에서 신재생 전기를 쓰도록 할 수 있다. 공급이 들쭉날쭉한 신재생 전기가 남아돌 때만 충전하게 하고 대신 전기료는 저렴하게 해야 한다.

-신안 해상 풍력 단지 조성 계획을 취소하면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나.

△전남은 강수량도 적당하고 겨울에도 따뜻해 농업과 어업에 맞는 곳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0%를 밑돌고 국민들은 높은 농산품 가격을 체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이렇게 비옥한 땅과 바다를 태양광 패널과 대형 풍력발전기로 덮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48조 5,000억 원을 전남의 농업과 어업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라.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고 국민들의 먹거리가 좋아질 것이다. IT와 관광 자원 개발에 투자해도 좋다.

He is…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학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바버라(UCS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로 30여년간 근무하고 2020년 8월 은퇴한 후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공지능(AI)대학원 초빙석학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이다. 2018년 ‘구글 AI 연구 어워즈’를 수상했다. 공학뿐 아니라 식량과 에너지·교육 문제 해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15 서울대 공대 백서(부제:좋은 대학을 넘어 탁월한 대학으로)’를 대표 집필했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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