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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의료현장서 실손보험 사라질라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간난신고(艱難辛苦)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몹시 고되고 괴롭고, 어려움을 견디며 애쓴다는 뜻으로, 이미 사회안전망의 한 축이 되어버린 실손의료보험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는 듯하다. 돌아보면 실손보험의 수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지금은 그 강도가 지나쳐 실손보험의 사회적 역할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보험회사는 실손보험을 통해 2020년 한 해 동안 2조7,000억 원, 최근 5년 동안 10조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손실 규모가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눈덩이처럼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험회사들이 예년보다 높은 보험료 인상이라는 응급처방을 제시하는가 하면, 올해만 벌써 두 개의 보험회사가 실손보험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수요와 공급 모두 위축되고 있다.

실손보험은 매년 가입자의 연령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보험료 인상분이 발생한다. 고령일수록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부 소수가 의료를 지나치게 이용하거나 불필요한 의료를 공급하는데 있다. 이는 보험료 폭탄을 부르고 실손보험 공급을 위축시킨다. 건강보험은 공사를 불문하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수다. 이를 방관했던 지난날의 보험회사 잘못은 질책받아 마땅하다. 하나 보험회사가 스스로 진료행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으로, 허점을 수익 창출 수단으로 악용한 일부 의료인들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문제의 핵심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의료행위나 의료수준이 달라지는 의료시장의 도덕적 해이에 있기 때문이다.



의료부문은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높고 공급자가 정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뿐만 아니라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라도 의료 공급자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이 중요하다.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성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성 강화 원칙을 견지하면서, 최소한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은 매우 낮으면서 의료공급은 민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의료공급기관의 통제 없는 공적 재원 마련만으로는 국민의 의료비 개인부담 경감에 한계가 있다.

고령화시대 도래와 함께 코로나 공존 사회에서는 국민의 건강보장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또한, 의료 수요의 보장성 확대를 넘어 의료 공급의 공공성 강화가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보장률은 실손보험에 가입했더라도 70% 초반 수준이다.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은 국민의 건강보장을 책임지는 공급자로서 함께 고민해서 현명한 해법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귀한 것은 귀하게 여길 때에 귀하게 쓰인다고 한다. 실손보험 없는 의료현장에서 의료인과 국민건강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지금 실손보험에 대한 냉소가 도를 넘어 사회안전망의 불씨를 꺼트릴까 염려가 된다면 지나친 노파심일까?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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