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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다자 구도 가능성 커 ...윤석열 등 제3지대론 힘 실릴듯” [청론직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

거대 양당 리더십 불안에 '중도 유동성 장세'가 주요 변수

코로나19로 정권 심판 봉인 4·7 재보선서 뒤늦게 풀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에도 ‘레거시’ 없는 유일한 정권

'대통령 부재 상황'에 레임덕 반전시킬 마땅한 카드 없어

김종인, 대선주자 '자강' 외면…안철수 결단 높이 평가


4·7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거센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여권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초선 의원과 강경 친문 세력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모처럼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야권에서는 통합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정치의 판세 분석에 뛰어나다는 박성민(57) 정치 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내년 대선 레이스는 다자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내세운 제3 지대 후보론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거대 양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스윙보터(부동층) 역할을 하는 중도층이 유례없이 늘어난 ‘중도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차기 지도자의 덕목으로 통합과 공정·혁신을 제시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재보선 결과의 의미와 대선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1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은 다자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내세운 제3 지대 후보론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승현 기자




-여당의 참패로 마무리된 4·7 재보선을 평가해달라.

△이번 선거는 정치 구도가 인물과 이슈를 압도했다. 우선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에서 긍정 평가가 35% 이하이고 부정 평가가 55%를 넘으면 정권 교체 선호 흐름이 나오게 마련이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정권 4년 차인데도 내세울 만한 레거시(업적)가 없었다. ‘일자리 정부’도 실패했고 북핵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고, 사퇴한 검찰총장은 외려 대권 주자로 부상했다. K방역도 그렇거니와 부동산 문제는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복지 확대를 제외하면 경제든 외교안보든 평가받을 만한 게 없다. 집권 4년 차에 아무 레거시도 없이 선거를 치른 유일한 정권일 것이다.

-여당이 정책 실정에 대한 심판을 받았다고 보는 것인가.

△유예됐던 정권 심판 봉인 해제가 이뤄진 것이다. 원래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정권 심판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늦춰졌을 뿐이다. 지금은 대통령 부재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입장을 듣기 어렵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이나 일본과의 갈등 문제 등 현안마다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안보나 탈원전 같은 사안은 전문가의 영역이자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지 여론조사로 물어볼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사나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는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현 정부는 거꾸로다. 여론에 물어보지 않아야 할 사안은 여론에 기대고 정작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개의치 않는 행태야말로 이해하기 힘들다. 여권 인사들의 위선과 내로남불·무능에 민심이 심판한 것이다.

-야당이 이긴 배경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선거에서 연패했던 국민의힘은 보수라는 말도 쓰지 않고 중도 지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거 때면 막말이나 돌출 행동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상당히 억제됐다. 이런 점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평가한다. ‘탄핵 사과’와 ‘호남 홀대론’을 나름 정리했고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당에 대선 승리 가능성이라는 희망도 안겨줬다. 하지만 “제3 지대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대선 주자들의 자강(自强)을 철저히 외면했다. 자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대선 주자를 죽이고 윤 전 총장을 키우는 말만 반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야권 승리가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성과에 관심이 많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 등에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효과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절대적이다. 전략적 단일화가 성공하려면 우선 지지 기반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 또 70% 이상의 지지자들이 단일 후보로 이동해서 상대방을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 이번 보선에서는 세 가지가 다 들어맞았다. 그만큼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결단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3자 구도가 됐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겠는가.

-이번에 2030세대가 현 정권에 등을 돌렸다. 남녀 간의 여야 지지율 격차도 커졌는데.

△2017년 대선 때부터 20~40대 남성의 투표율이 높아졌다. 그들은 촛불 혁명의 주역으로 자부하면서 대통령도 만들어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현 정부가 친페미니즘 정책을 표명하면서 분화가 이뤄졌다. 한 세대에서 남성과 여성의 지지율 격차가 30%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30세대에게는 국가 생존이나 제도 개혁에 앞서 자신의 이해관계가 최고 관심사다. 이런데 5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아빠·엄마 찬스’를 동원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마저 터지니 젊은이들이 공분하게 마련이다.

-재보선 참패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집권 4년 차 대통령의 지지율은 번지점프와 같다. 몇 차례 반등할 수 있지만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되는 순간 차기 주자들은 거리를 두게 마련이다. 이 때 나타나는 현상이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기 점점 어려워진다. 두 번째는 정책이 비토당한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재집권할 수 없다고 인식되면 수많은 기밀이 언론으로 계속 흘러나갈 수 있다. 이를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별로 없는 듯하다. 북한 비핵화 문제나 집값 폭등이 하루아침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검찰 개혁이나 백신 문제에서도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1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은 다자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내세운 제3 지대 후보론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승현 기자


-개각을 포함한 여권 전반의 인적 쇄신 목소리도 높은데.

△선거에 드러난 민심을 반영하려면 당정청 전면 쇄신을 단행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 이 정도의 패배라면 벌써 총사퇴가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치와 달리 바꾼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로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나 검찰 개혁 등 국정 운영 기조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임대차 3법을 너무 성급하게 만들고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올렸다며 어느 정도 손볼 수 있겠지만 시늉에 그칠 듯하다. 기껏해야 대선을 의식해 세금 부담을 다소 줄여주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지금도 현 정부는 위기 상황 진단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여당 일부 의원은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선거에서 졌다는 식의 희한한 진단을 내놓았다. 국민이 검찰·언론 개혁을 더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민주당을 찍지 왜 국민의힘을 찍겠는가. 일종의 정책 자폐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정책 쇄신의 첫발도 내딛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고민이 깊을 듯한데.

△정권 교체 요구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야당의 숙제는 과연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다. 정권 교체가 대한민국과 나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윤석열·안철수·홍준표 등으로 분산된 구도를 정치 지형과 일치시키는 리더십 확보도 중요하다. 여당은 개혁 만능주의에 대한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하지만 내부에서 견제 역할을 하는 ‘레드팀’의 목소리가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다. 그게 안 되면 대선 후보를 선출해놓고 대선 전에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에서는 ‘제3 후보’ 옹립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역대 집권당은 믿을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아왔다. 하지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후보가 차별화를 시도할 때 이를 수용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법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론조사에서 1등인데 믿을 수 있느냐는 얘기가 많다. 여권에는 일단 제3 후보를 찾다가 안 되면 차라리 윤 전 총장과 손잡거나 분당해서 따로 살림을 차리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으니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이낙연 전 대표도 실수를 많이 했지만 청와대에서 정책 건의 등을 받아주지 않아 지지율 급락을 겪었다. 여권의 제3 후보 옹립 시도는 이어지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권력 주변 인사들이 수사를 받는데다 여권 지지율도 떨어지는 와중에 제3 후보를 만들어낼 힘이 있겠느냐는 점에서 회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1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은 다자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내세운 제3 지대 후보론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승현 기자


-대선 국면이 다자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해왔는데.

△과거 어느 때보다 다자 구도의 대선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1987년 이후 지난 대선까지 계속 다자 구도로 가다가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했기 때문에 일단은 다자 구도로 갈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중도층의 유동화 현상이 더욱 거세졌고 1당과 2당의 리더십이 불안정한 상태다. 이 지사도 민주당에서는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제3 지대 가능성이 과거보다 한층 높아졌다. 윤석열은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지지층이 겹치는 교집합이 존재한다. 윤석열의 정계 입문 선언이나 정당 선택도 그동안 유지해왔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그만큼 고민도 클 것이다.

-김 전 위원장 등 정치권 일각에서 개헌 얘기가 슬금슬금 나온다.

△이미 2017년에 추진했어야 할 개헌을 못했는데 지금 가능한지 의문이다. 김종인은 개헌을 통해 내각제 총리에 오르는 꿈을 꾸고 있다. 그가 대선 후보들의 멘토를 자처하면서 주문한 것은 한 가지다. 대통령에 오르자마자 임기를 채우지 말고 곧바로 개헌해서 내각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모로 개헌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통합과 공정, 혁신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우리 정치는 미래 비전 제시나 현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 보니 오직 과거만 놓고 싸워왔다.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중도 지향적인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아울러 훼손된 공정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 미래를 위해 사회 전반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차기 지도자의 중요한 과제다. ssang@sedaily.com

He is…

국내 정치 컨설팅 1세대 주자로 정치 판세를 읽는 직관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1년 국내 최초의 정치 컨설팅 그룹 ‘민’을 설립해 30년간 여론조사·캠페인 전략을 마련하면서 수많은 선거를 치렀다. 독서와 사색, 영화 보기를 즐긴다. 정치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칙을 담은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와 이념 싸움에 매몰된 기성 정치권을 비판한 ‘정치의 몰락’ 등을 펴냈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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