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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공기업
수소 업체당 R&D 인력 3명뿐···"수소도시법 서두르고 학과 개설 쉽게해야"

[서울포럼 2021]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략: 초격차 수소경제에 길이 있다

<1> 수소경제 성공조건-시급한 제도 정비·인력 확충

수소인력도 車·연료전지 등 '활용 분야'에만 85%나 쏠려

생산·충전 등 인프라 고용난 심각…"성장판 닫힌다" 우려

"중·고교까지 교육 확대…특례 통한 민간참여 유도도 필요"





수도권의 중소 수소충전소 유지 보수 업체 A사의 박 모 대표는 막막한 심정이다. 수입에 의존해온 충전기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지난 4년간 연구 인력 30여 명을 충원해 공을 들여왔는데 지난해 말 핵심 인력 10명이 잇달아 사표를 내고 회사를 옮겼기 때문이다. 많게는 30%까지 더 많은 연봉을 준다는 경쟁 업체들의 ‘스카우트’ 제의가 이어지고 있어 남은 직원들도 언제 떠날지 모른다. 신입 직원을 다시 채용한다 해도 업무를 익히는 데만 수년, 당장 빈자리를 메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 대표는 “우리도 경쟁 업체의 경력 사원을 노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 일을 해본 사람이 워낙 적어 한계가 있다”며 “현재 국내 수소 산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서로의 직원을 빼가며 돌려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력과 관련 인프라의 부족에 허덕이는 A사의 사례는 현시점 국내 수소경제 생태계의 한 단면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 시대의 선도국이 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과연 한국은 수소경제에서 세계 선도 국가로 발돋움할 준비가 됐을까.

수소경제 강국을 향한 세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맥킨지에 따르면 약 30년 후인 오는 2050년 수소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3,000조 원, 일자리수는 3,000만 개가 넘을 전망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물론 독일·일본·중국 역시 수십조 원의 예산 투입 계획을 밝히며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수소경제에서 ‘초격차’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목표로 잡을 것을 조언한다. 매장량 또는 보유 여부 자체가 무기가 되는 석유와는 달리 수소는 독점할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수소 자체보다 이를 생산하고 저장·이송·활용하는 각 단계의 기술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인력과 제도 정비다.

수소 관련 업체당 R&D 인력은 3명 그쳐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수소 산업을 하고 있는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기업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4.9%에 달해 인력 충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업체당 수소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 인력은 6.7명, R&D 담당은 3.5명에 그쳤다.

문제는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분야일수록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수소 생태계는 수소전기차·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에 기업의 69%가 쏠려 있어 경쟁국에 비해 생산·저장·운송·충전 등 인프라 분야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전체 인력 중 대부분이 수소 활용(85.6%) 분야에 투입돼 충전(8.1%), 생산(3.6%), 저장·운송(0.01%) 등 취약 분야의 인력난이 한층 심각하다. 수소 충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 생산과 운송 방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수소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수소차도 더는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수소 밸류체인 전반이 고루 발전하지 않으면 수소 산업의 성장판도 닫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소 특성화 대학 등 대책 절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중심이 돼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원이나 학부에 수소경제 관련 기술과 법·규제를 통합적으로 집중 연구할 수 있는 학과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언이 주를 이룬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정부가 수소학과 개설 대학을 집중 지원하거나 수소 특성화 대학을 만들면 인재를 육성하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수소학과 개설시 교육부 인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토양을 닦기 위해 수소 교육을 중·고등학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수소와 접점을 늘려야 수소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인재들도 늘게 될 것”이라며 “직업계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와 수소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대학 교수를 매칭해 수소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소특례법 등 제도 보완 서둘러야

인력 양성과 함께 수소 산업 생태계를 확장할 제도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 생산이나 저장·운송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산업 저변을 넓혀야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데 현재는 각종 규제 탓에 민간의 참여 동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는 수소도시법을 제정해 도시 내 인허가 특례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액화수소 사업에 진출한 한 기업의 관계자는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기업들에 수소가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 정부가 ‘다양한 특례로 길을 터놓을 테니 사업을 해도 괜찮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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