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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실업 원인 '수포자·문송' 해결하려면

■성원용 서울대 전기공학부 명예교수

AI 등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학교는 난이도 높이기에만 열중

컴퓨터 활용한 수학 문제 풀기 등

교육내용 바꿔 청년대책 만들어야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서울경제DB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많이 쓰는 단어가 있다. ‘문송’과 ‘수포자’이다. 문송은 ‘문과라 죄송합니다’, 수포자는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수포자들은 수학이 어려워서 문과를 지원하지만 공무원을 빼고는 일자리가 적고 문송에 이르게 된다. 지금 일자리가 없다 하지만 정보기술(IT) 회사와 게임 회사는 경쟁적으로 사람을 채용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정책이 헛발질에 그치는 것이 이러한 수포자와 문송 문제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수포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고등학교 수학이 어려워서다. 필자도 자녀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수학을 집에서 가르쳤는데 너무 어려운 문제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몇 년간 고교 수학의 범위는 기하나 벡터를 선택으로 만드는 등 매우 좁아졌다. 그런데 상황은 더 나빠졌다. 우선 기하나 벡터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꼭 필요한데 빠졌고 수능의 변별력 확보 때문에 문제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미분과 적분(미적분)은 17세기에 아이작 뉴턴과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두 천재가 발명했다. 인간은 컴퓨터 발명 이전에는 1초에 단 한 번의 곱셈이나 덧셈을 하기도 어려웠다. 미적분은 가급적 계산을 적게 하면서 물리 천문학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혁신적 방법이었다. 천재들이 만든 미적분은 개념적으로 어렵다. 어떤 함수를 0에서 1까지 적분을 한다면 그 구간을 ‘무한대’의 횟수로 나누고, 그 결과 생기는 무한대 개수의 무한대로 작은 조각을 더해야 한다. 즉, ‘무한대’라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을 필요로 한다.

지금은 컴퓨터가 매우 빨라져서 1초에 10조 번 정도의 곱셈 덧셈을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앞의 적분 문제를 푼다면 0에서 1의 구간을 매우 큰 숫자인 100만 번 정도로 쪼개고, 그 쪼갠 100만 개를 더한다. 이 개념은 너무 간단해서 천재가 아니어도 이해 못할 일이 없다. 단지 계산을 수백만 번 해야 하지만 지금 컴퓨터로는 1초도 안 돼 끝낼 수 있다. 또 복잡한 함수라도 수식을 프로그램으로 나타내면 나머지는 컴퓨터가 다 한다.



컴퓨터로 수학을 가르쳐야 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필요한 사회적·공학적 문제는 기존의 미적분으로 풀던 것과 전혀 다르다. 일례로 어떤 소프트웨어 회사의 입사 문제를 살펴보면 도심의 각 구간에서 걸리는 시간을 기본 데이터로 주고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을 찾는 소프트웨어를 제출하게 한다. 내비게이션이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하다. 예전에 미적분 수학을 이용해 속도 빠른 자동차를 설계했다면 지금 배워 만들어야 할 것은 복잡한 도심에서 빠른 길을 찾는 소프트웨어이다.

지금 한국의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조 업체가 주력이었던 주식시장에 네이버나 카카오, 게임 회사가 시가총액 상위를 점유하기 시작했다. 기존 제조 업체도 소프트웨어와 AI가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반면 학교는 18세기의 수학을 난도만 높여 가르치며 컴맹과 수포자를 양산하고 있다. 수학을 개념 위주로 넓게 소개하며 컴퓨터를 이용해 풀이 방법을 가르치면 수포자와 컴맹을 동시에 없앨 수 있다. 지금 컴퓨터 언어는 쉬워져서 수학 교사들의 경우 한두 달만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꽤 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입시 제도 바꾸기와 학교 평준화에만 관심이 있는 교육 당국과 정치권이다.

청년 대책으로 아르바이트 추경 예산이나 통과시키며 생색낼 때가 아니다. 학교의 교육 내용을 바꿔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청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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