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한국 역사·문화 왜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측이 한국 고대사인 발해를 자국 역사상 지방정권으로 서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발해가 있었던 중국 지린(吉林)성의 지린성박물관은 '발해국은 말갈족이 주체가 돼 건립한 당나라 시대의 지방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200여년의 민족융합을 거쳐 최종적으로 중화민족 대가정의 일원이 됐다'고 기술했다.
한국은 발해가 고구려 유민에 의해 고구려 땅에 건국됐다고 본다. 반면 중국은 말갈족이 세운 지방정권이나 당나라의 한 지방 주(州) 정도라고 주장하는데, 박물관은 이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지린성박물관에는 '발해가 당나라 문화를 전면적으로 배우는 기초 위에서 비교적 완비된 정치제도를 만들었다'거나 '발해 도시는 구조·기능, 건축양식 등이 모두 중원 도시의 복제품'이라는 기술도 있다.
임상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발해가 멸망 후 중화민족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은 현재 중국 국민이 1천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라면서 "중화민족은 사실상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건국되는 와중에 한족이 만든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한국사 왜곡은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문화재당국인 국가문물국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발해의 건국지점인 동모산의 위치로 추정되는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 투먼시 마반촌 산성 유적지를 '2020년 중국 10대 고고학 발견'에 포함시켜 게재했다. 발해 건국지점을 중국 고고학 발견에 포함시켜 발해가 중국 역사라는 당위성을 강화한 것이다.
발굴을 진행한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는 이곳이 "대조영이 무리를 거느리고 동모산에 근거해 성을 쌓고 살았다"는 발해 건국 시기의 성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동모산이 지린성 둔화(敦化)에 소재한 성산자(城山子·청산쯔) 산성으로 추정됐던 것과 다른 것이다.
마반촌 산성은 성산자 산성보다 한반도에 가까운 동남쪽에 위치하며, 2006년 중국의 전국 중점 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뒤 2013년부터 작년까지 8년에 걸쳐 발굴이 이뤄졌다.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는 "어느 시대에 속하는지 여전히 논쟁이 많다"면서도 "현재 증거로 봤을 때 유적에서 나온 봉황무늬 와당(기와)은 육정(六頂·류딩)산 발해 고분군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에서도 발해를 중국 역사 상 하나의 지방 정권으로 서술하고 있다. 바이두는 발해를 중국 고대 역사상 중국 말갈족이 주체가 된 정권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동북공정이 2006년 끝났지만 중국은 2021년 바이두를 통해서도 이를 홍보하고 있다"며 "파급력과 정보 전파력이 큰 바이두를 통해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 역사로 왜곡해 홍보하는 것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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