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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피해 제조업 '엑소더스'...文정부서 일자리 24만개 해외 유출

['진짜 일자리'가 사라진다]

반도체 2.5조·車 1.8조 등 직접투자 순유출 41조 달해

바이든 '제조 부흥정책'에 중견·중소업체까지 빠져나가

전문가들 "외국인 투자 유인할 기업 환경 마련 서둘러야"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그간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탈(脫)한국’은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지만 여전히 경직된 노동시장과 강력한 기업 규제라는 기본적인 환경이 변하지 않은 데다 강대국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까지 대기업의 경영 판단에 영향을 미치면서 고용 효과가 높은 핵심 제조업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투자대상으로서 한국 제조업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은 해마다 집계되는 해외직접투자(ODI)와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의 현격한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등 현지 기업의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투자 행위를 가리키는 ODI 규모는 지난 10년간 줄곧 외국인의 국내 기업 직접투자를 의미하는 FDI 규모보다 작았다. 특히 직접투자 순유출액의 흐름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시기인 최근 4년(2017~2020년)간의 상황이 더욱 눈에 띈다. 이 시기 직접투자 순유출액, 즉 ODI와 FDI의 격차는 총 41조 5,000억 원에 달하며 직전 4년(2013~2016년)의 19조 2,000억 원보다 2배 이상 크다.

한경연은 지난 한 해 직접투자 순유출액인 11조 6,000억 원을 업종별로 분석하면 반도체가 2조 5,000억 원, 전기 장비가 2조 2,000억 원, 자동차가 1조 8,000억 원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일자리로 환산하면 반도체 4,900명, 전기 장비 1만 5,500명, 자동차 1만 4,500명에 해당한다.

고용 시장의 큰손으로 활약해온 제조 대기업이 내린 투자 결정에서도 탈한국의 기류는 뚜렷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경기도 수원사업장 내 TV 생산 라인을 모두 철수해 베트남 공장으로 옮겼다. LG전자 역시 2019년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며 국내 생산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는 구미 TV 생산 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옮겼다. 두 곳 모두 각 지역경제의 중심축으로 기능해왔던 공장들이 값싼 노동력과 높은 세제 혜택을 노릴 수 있는 타국으로 이전한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 정권에 이어 자국 내 제조업 살리기에 역점을 두면서 제조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 압박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반도체·배터리 등 한국의 수출 효자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미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중소 제조 기업의 해외 이전 움직임에도 다시금 불이 붙었다. 부산에서 신발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생산 공장을 리쇼어링한 기업이지만 최근 베트남으로의 공장 재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에 주 52시간 근무 등 각종 규제가 주는 압박 때문이다. A사는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안전한 부산을 터전으로 삼았지만 납품처인 글로벌 유명 신발 브랜드가 생산원가를 낮추라는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베트남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A사 대표는 “회사 명운을 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생산 기지의 비용이 높다는 점을 계속 우려해 다시 해외로 떠나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제조업 특성상 생산원가가 높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한국으로 돌아올 유인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견 제조업체 대표는 “정부가 해외로 떠난 기업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지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노동정책은 기업인에게 더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유연성이 떨어지는 중견·중소기업으로서는 사실상 국내 제조 공장을 포기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이 내·외국인의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1월 한국산업연합포럼이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의 외국인 투자 기업(외투기업) 155개사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5.9%가 정책 불확실성, 24.9%가 과도한 정부 규제를 꼽은 것도 단적인 사례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지난해 유독 제조업 직간접 일자리 유출이 극심했다”며 “해외투자 증가를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국내 투자 유입을 유인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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