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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칼럼] MZ세대의 공정 분배 요구는 공정한가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이념 보다 실리 중시하는 '공정 세대'

적극적 행동으로 대기업도 흔들지만

사회적 연대·책임 의식은 더 약화돼

성장 촉진·사회 보장 투자 강화해야





MZ세대가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며 한국 사회의 오랜 통념들이 도전받기 시작했다. 이념보다 실리, 조직보다 개인, 연공 서열의 위계보다는 직무와 성과를 중시하는 이들의 생활 태도는 확실히 이전 세대와 다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들의 공정 감수성은 더욱 예민해졌고 공정 세대라는 별칭도 얻었다. 최근 보궐선거에서 도드라졌던 20대의 표심은 불공정과 위선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평가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나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서 표출된 2030 청년들의 격분은 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선발이라는 절차를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 기인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에서 확인된 ‘부모 찬스’의 스펙 쌓기는 이들의 공정성 담론을 시대적 과제로 키우는 계기가 됐다.

MZ세대는 공정 보상을 위한 집단 행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조짐은 디지털 테크 기업에서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까지 흔들었다. 올해 임금 투쟁도 민주노총의 출정식이 아니라 MZ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광장의 집회가 아니라 이메일이나 사내 게시판의 댓글 또는 주주 총회에서의 질의 응답 등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매우 효과적으로 관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4년차 직원은 올해 지급된 성과급의 적정성과 지급 기준을 밝히라는 메일을 공개적으로 회사 대표에 보냈고 많은 직원들은 댓글로 동조했다. 회사는 곧바로 성과급을 재조정했고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몫 30억 원을 포기했다. 지난 19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2월 이후 계속되던 노조와의 성과급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향후 3년 간 2,000억 원 상당의 스톡그랜트를 전 직원에 지급하겠다며 물러섰다.

사태의 전개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삼성과 LG, 현대차에서도 대리급 이하 저연차 직원을 중심으로 공정 보상 요구가 번져갔고 회사는 서둘러 성과급 산정 방식을 바꾸거나 10%안팎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으로 더 큰 분란을 피했다. 최근의 임금 인상 러시는 인재 확보 경쟁의 일환이자 갑작스런 노동조합의 확산 추세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20~30대 화이트컬러가 주도하는 노조 설립 붐은 2018년 이후 판교 테크 기업에서 시작해 올해 현대차를 비롯한 제조 대기업으로 확산 중이다. 회사에 충성하기보다 자신에 충실하고 장기 근속을 통한 승진과 임금 인상보다 능력과 실적에 따른 즉시 보상을 바라는 MZ세대에 맞춰 기업도 인사 노무 전략을 바꿔야 할 것이다.



MZ세대의 유별난 공정 감수성은 위기 때 나타나는 각자도생의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각자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살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자신감의 표현이자 자신도 공동체의 일부이고 그 보호 속에서 삶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도 성장 시대가 끝나며 회사는 더 이상 평생 직장이 아니고 사회 보장은 아직 엉성하기만 하다. 기댈 회사도 없고 국가도 못 믿는다면 각자도생의 길밖에 없다. 그러나 각자도생의 사회는 이미 악화된 불평등을 더 심화하고 복지국가로의 발전을 어렵게 할 것이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복지국가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책임 의식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성과급 잔치에 환호하는 인사이더 ‘공정 세대’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취업에 실패했거나 불안정 일자리를 전전하는 또래의 아웃사이더 ‘미생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미생들이 맞닥뜨린 불운을 각자 알아서 능력껏 극복하라는 것은 또 다른 불공정이다.

1987년 이후 노동 운동은 생산직을 비롯한 저임금 근로자가 주도하며 일정 정도 분배 개선에 기여했지만 MZ세대의 성과급 투쟁은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점에서 분배 정의와 일부 충돌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그 해법을 물을 수는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책임은 온전히 정부의 몫이다. 한편으로 성장을 촉진하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되 다른 한편으로 사회 보장 투자를 강화하여 복지국가 건설을 앞당겨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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