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민에게 권고하는 ‘여행 금지’ 국가를 기존 34개국에서 약 160개국으로 대폭 늘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을 고려해 전 세계 국가의 약 80%를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하는 것이다. 백신 속도전에 나선 미국이 자국민의 해외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민에게 코로나19 위험을 감안해 모든 해외여행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무부는 “과학에 근거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여행 보건 공지를 더 잘 반영하고자 이번 주에 여행 권고안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업데이트는 ‘여행 금지’인 여행 경보 4단계 국가 수의 큰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전 세계의 약 80%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 국무부는 전 세계 국가 중 34개국에 여행 금지인 4단계 여행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여기에는 북한·러시아·이란·미얀마·아프가니스탄 등이 포함된다.
여행 금지국 수를 80% 수준까지 늘릴 경우 160개국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80%까지 늘리겠다는 것은 거의 130개국을 더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미국민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 경보는 ‘일반적 사전주의’ ‘강화된 주의’ ‘여행 재고’ ‘여행 금지’ 등 4단계로 나뉜다. 현재 한국은 강화된 주의인 2단계 국가로 분류돼 있다.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말 한국을 3단계인 여행 재고에서 2단계로 낮췄다.
CDC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2단계로 유지하고 있다. CDC는 국가별 코로나19 위험 수준을 4단계 ‘아주 높음’, 3단계 ‘높음’, 2단계 ‘중간’, 1단계 ‘낮음’으로 나눈다. 국무부는 중국과 일본은 여행 재고인 3단계로 두고 있다.
다만 이런 권고안은 구속력은 없다. 국무부 측은 “(이런 조정은) CDC의 역학 평가에 맞게 국무부의 여행 권고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에 갱신될 여행 경보는 CDC의 보건 공지를 더 잘 반영할 것이며 해당 국가의 코로나19 검사 가능 여부 등의 요인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자국민 여행 금지 권고 국가를 확대하는 것은 백신 접종으로 쌓아올린 코로나19 방역 효과가 해외여행으로 무너질까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현재 성인의 절반이 최소 한 차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백신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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