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기성용(FC 서울)과 그의 아버지 기영옥 전 광주FC 단장이 지난 2016년 광주 서구 금호동 일대 농지를 사들이면서 농작물 ‘갓’을 재배하겠다는 내용으로 농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어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허위로 계획서를 작성한 셈이다. 투기 의혹에 휘말린 가운데 서구청이 이들 부자에게 특혜를 부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기성용과 기영옥 전 단장은 2016년 7~11월 금호동의 밭 6개 필지와 논 1개 필지 7,773㎡를 매입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58억여원 규모의 논밭을 사들였다. 이들은 농지를 매입하면서 관할 구청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갓’을 재배할 예정으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지법 상 원칙적으로 농업인 외에는 농지를 소유할 수 없어 일반인이 농지를 신규 매입할 때는 소유권 이전 근거가 되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하고, 이를 발급받으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당시 기성용 명의 농업경영계획서와 농지취득자격증명서는 기성용의 위임을 받은 아버지 기영옥 전 광주FC 단장이 대리인 자격으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농지 매입 당시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로 뛰고 있었던 터라 농업경영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점이다. 이에 관할 공무원이 기성용에 특혜를 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부동산투기특별수사대는 서구청의 담당 공무원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심사과정에서의 특혜 여부 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은 이날 자신의 SNS에 “또 다시 이 공간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게 될 줄 몰랐는데 참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 뿐 ”이라며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땅을 사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농지가 문제되는지 조차 몰랐다”며 “수사에 진실되게 임하고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rodigy@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