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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산학협력 넘어 기업가적 대학으로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식 가르치고

R&D 기획단계서부터 사업화 초점

혁신적인 스타트업 창업 역할까지

대학이 산업 현장 앞서서 리드해야





산학 협력은 학계와 산업계 사이의 교육과 연구에 관한 협력 활동이다. 이를 통해 대학은 인재 육성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받고 수익 구조도 개선한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받고 취약한 연구개발(R&D) 능력을 보완하며 전문 지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면 대학 교육에 많은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실제 산업계에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필요로 한 교육을 대학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불만은 대학의 연구 결과가 사업화로 연결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교수 개인보다는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 대학교수 평가나 대학 평가에서 논문 비중이 높다 보니 사업화를 고려하지 않고 논문 실적 위주의 연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체 요구와 대학 교육 사이의 괴리를 좁히려면 ‘기업가적 대학’에 해법이 있다. 이는 기업 친화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갖추는 것뿐 아니라 대학이 가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연구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업화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첫째,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이 기업에 필요로 하는 지식이어야 한다. 기업과 늘 소통하면서 교과목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교과목 개발을 모두 응용 분야에 맞추자는 것은 아니다.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학부 4학년, 대학원 과정에서는 기업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또 학생 현장 실습을 통해 강의실 이론 교육이 실무와 연결돼야 한다. 프로젝트 중심의 체험 학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R&D 기획 단계부터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성과물을 어떻게 사업화할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위험성이 있지만 좀 더 도전적이고 창의·혁신적인 과제를 기획해야 한다. 도전적인 과제에서 사업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특허·라이센싱·기술이전·창업 등이 있다. 대학에서는 정부 과제의 수주를 통해 성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정부 기관도 기업의 중장기 상용화에 목표를 두고 반드시 기존 기술·제품과의 차별성을 고려해야 한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으면 안 된다. 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요구하는 검증된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빠른 시간 내에 상품화가 가능하다.

셋째, 교원 창업의 활성화다. 대학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진행한 연구가 사장되지 않으려면 직접 연구실 창업을 통한 사업화가 필요하다. 오랜 연구를 통해 축적된 성과물을 사업화할 때 연구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지난해에만 10건의 교원 창업 사례가 나왔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혈액으로 암을 선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창업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가 교수는 무선 충전 방식 연구를 통해 성과를 인정받았고 이를 토대로 창업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그동안 빠른 추격자로 성장해왔다. 이제는 시장을 선도해야 할 시기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의 역할이 있다. 기존 산학 협력이 기업과 대학 간에 단순히 도움을 주고받는 차원이었다면 기업가적 대학은 대학이 기업을 리드해나가는 형태다. 대학이 선행 기술 개발을 통해 기업의 차세대 기술을 지원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기업가적 대학은 진화한 산학 협력이다. 기업가적 대학이 되려면 교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교수는 단순한 교육자를 넘어 연구 조직의 경영자로 과제를 수주하고 개발하며 사업화하는 모든 활동을 해야 한다. 대학은 이러한 교수의 역할 변화를 지원해야 한다. 대학 구성원이 연구만이 아닌 연구 결과의 사업화와 창업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문화와 지원 체계 정비, 구축이 필요하다. 대학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고 필요한 지식을 창출함으로써 기업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 대학들의 기업가적 대학으로의 변화가 시급하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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