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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이 본 '오스카 핵인싸' 윤여정은…"자유롭고 젊은 영혼 가진 사람"

임상수 "짜릿한 성공"…미니멀한 연기 극찬

이재용 "매번 새 역할 도전…또 함께하고파"

나영석 PD "위트 넘치고 앞뒤가 똑같은 분"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자리에 그냥 운이 좋아 서 있는 것 같다.”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74)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 팀에 공을 돌리며 한 수상소감이다. 그와 오랜 시간 많은 작품을 함께 해 온 임상수 감독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을 지켜보며 “자유롭고 젊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이뤄낸, 부러울 정도의 짜릿한 성공”이라고 표현했다.

임 감독은 ‘바람난 가족’(2003)으로 윤여정의 성공적인 스크린 복귀를 이끈 이후에도 많은 작품을 함께 해왔다. 그는 “‘미나리’는 초저예산 영화라 매니저도 못 데려간 것으로 안다. 모두가 고생한다고 했는데 윤 선생님이 자유롭고 젊으니까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미니멀한 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윤 선생님이 그런 연기를 한다. 연출자에게도 잘 맞춰주려고 한다”고 찬사했다.

임 감독의 소개로 윤여정과 인연을 맺은 이재용 감독은 “늘 무슨 작업이든 힘들게 하신다”고 평가했다. 매번 새로운 역할, 장르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과는 영화계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여배우들’(2009) 이후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2012), 종로 일대에서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는 박카스 할머니를 다룬 ‘죽여주는 여자’(2016)로 함께 작업했다.이 감독은 ‘죽여주는 여자’ 촬영 당시 윤여정이 뒷골목 여관방 등 열악한 촬영 현장은 물론 성매매의 적나라한 장면이나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에 심적으로 버거워했지만, 결과에는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 선생님과는 평소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죽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눴다”며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예능에서 본인을 ‘할머니’라고 말하고 나이에 관해 계속 얘기를 하시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걸 잊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분”이라며 “여배우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시나리오를 써뒀는데 윤여정과 함께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프로듀서로 일한 김초희 감독은 ‘하하하’로 윤여정과 인연을 맺은 이후 ‘산나물 처녀’(2016),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두 편의 영화를 찍었다. 김 감독은 윤여정과의 짧은 대화를 대신 전했다. 윤여정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김 감독에게도 전화가 빗발칠 것을 예상하고 “괴롭혀서 미안하다”며 “네 할 일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그런 윤여정을 대신해 이야기하는 것을 망설이던 김 감독은 “윤 선생님은 아카데미 후보 지명만으로도 영광이긴 하지만, 시상식에 다녀오면 이전처럼 최대한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잃어버린 손녀를 애타게 찾는 할머니 역을 맡은 ‘계춘할망’(2016)의 연출자인 창 감독은 “제가 ‘도회적인 이미지가 소진된 것 같다’고 한 말을 제작사에서 선생님께 전했는데, ‘그래, 그러면 해야지’라면서 출연하시게 됐다”고 캐스팅 에피소드를 전했다.

2014년 ‘꽃보다 누나’ 이후 ‘윤식당’ 시리즈, ‘윤스테이’ 등을 통해 윤여정의 인간적 매력을 널리 알린 나영석 CJ ENM PD는 “선생님께서 수상 소감 등 공석에서 보여주시는 위트 넘치는 발언들은 평소 아이덴티티를 잘 반영한다”며 “워낙 앞과 뒤가 똑같은 분이고, 방송에서도 그 아이덴티티 그대로 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시청자들도 여러 예능을 통해 선생님의 그런 위트 넘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서 참 좋다”며 “아카데미 수상자임에도 앞으로도 저와 같이 기꺼이 식당 또는 민박집을 운영하신다면 두 손 벌려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정과 가족애, 슬기로운 지혜와 생존력을 지닌 엄마이면서도 동시에 쿨하고 세련되고 트렌디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 게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윤여정은 연기로 어느 정도 정점을 찍은 후에 하고 싶은 역을 찾아가며 연기했다. 그 선택들은 굉장히 파격적인 역할들까지 가능하게 했고, 결국 최고의 배우가 되는 마지막 고리를 완성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리얼리티 예능을 선택한 것은 깐깐해 보이고 까탈스러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귀엽고 솔직한 매력을 노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그래서 ‘미나리’로 여러 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에서 굉장히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발언을 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강지수 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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