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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대학생' 父母는 오늘도 한강에...“널 안는 게 가장 행복한데”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서 친구와 술먹다 실종

공원 내 CCTV 부재로 인해 수색에 난항 겪자

부모는 아들 행적 찾기 위해 전단지 1,500장 붙여

"목격자 제보 절실…못 봐도 좋으니 살아만 있기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29일 손정민 씨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태영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으로 향하는 나들목, 양 벽에 2~3m 간격으로 붙어 있는 수많은 전단지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25일 새벽 실종된 대학생 손정민(22) 씨의 행방을 찾는 전단지였다. 공원에 들어서자 실종 전단지와 현수막들이 눈 닿는 모든 곳에 자리해 있었다. 가로등 아래, 편의점 파라솔, 각종 안내판 등 곳곳에 정민 씨를 찾는 애타는 마음이 묻어 있었다.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실종된 아들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현수막 앞에 서서 탄식을 내뱉으며 안타까워했고, “혹시 모르니 잘 봐둬야 한다”며 정민 씨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반포 수상택시 승강장 옆 잔디밭. 경찰과 가족들은 정민 씨가 이 곳에서 실종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이날 반포 수상택시 승강장 옆 잔디밭에서 만난 정민 씨의 아버지는 “지난주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2~4시쯤 아들과 아들 친구가 술을 먹다가 어떻게 됐는지 아는 분들의 제보가 필요하다”며 “아이들 바로 옆에서 놀고 있었던 분들의 제보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잔디밭은 정민 씨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그는 아들의 행적에 대한 일말의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사건 이후 아내와 함께 매일 이 곳에 나오고 있다.

정민 씨의 아버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정민 씨는 24일 오후 11시께부터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먹은 이후 실종됐다. 이들은 25일 새벽 1시 50분 SNS에 술에 취한 모습을 찍어 올리며 놀다가 공원에서 잠이 들었다. 함께 있던 친구는 오전 4시 30분쯤 깨 정민 씨가 먼저 집에 갔다고 생각하고 귀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민 씨는 지금까지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현재 경찰은 드론, 헬기, 수색견 등을 동원해 정민 씨를 수색 중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29일 손정민 씨를 찾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김태영 기자




아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인데, 시간은 야속하게도 끊임없이 흘렀다. 정민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며칠 동안 한강공원과 아파트단지 수십 곳을 누볐다. 전단지 1,500장을 인쇄해 정민 씨의 친구들과 함께 한강공원 인근 아파트단지 20곳에 게시했고, 지난 28일 저녁에는 직접 제작한 현수막 15개를 한강공원에 걸었다. 정민 씨의 아버지는 “불법 현수막이 될까봐 걱정했는데 경찰관 분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테니 같이 걸자’며 적절한 위치도 잡아 주셨다”며 “혹시 몰라서 강북 쪽 잠수교 초입에도 현수막을 하나 더 걸어 놨다”고 말했다.

정민 씨의 부모가 이토록 절박하게 ‘25일의 목격자’를 찾는 것은 아들의 행방을 추적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공원 출입구에는 CCTV가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 잔디밭 쪽에는 CCTV가 없다”며 “강 내부를 수색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한강 내부가 칠흙처럼 어두운 상황에서 대략적인 지점을 특정할 정보도 없는 상황이라 아직 잠수부를 투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친척과 친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인근 자동차들의 블랙박스 영상들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정민 씨가 찍혔을지는 미지수다. 실종 지점 서쪽으로 약 200m 떨어져 있는 잠수교는 자동차들이 멈춰있지 않고 주행하는 곳이고, 한강공원 주차장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CCTV가 있는지 더 확인해 보고, 들어오는 제보들도 종합해 살펴보는 등 여러 방법들을 더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정민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제작한 현수막./정민 씨 아버지 블로그 캡처


정민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한 가지. 아들이 살아있는 것이다. 정민 씨의 아버지는 “아들을 안고 있는 것이 제일 행복하기 때문에 한 번만 더 안아보고 싶다”며 “앞으로 살 날이 많고, 할 것도 많고, 해주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다.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살아만 있다면 영원히 못 봐도 좋다”며 “제발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민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의 생존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며 힘겹게 눌러온 눈물을 끝내 터뜨렸다.

※25일 새벽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흰색·회색·검정색 패턴이 섞인 긴팔 셔츠, 회색 티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은 손정민 씨를 목격하신 분은 서초경찰서 실종팀 또는 112로 연락 바랍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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