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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체크] 백신 접종 속도 내지만 美 26% 여전히 거부…유산부터 칩까지 음모론도 계속

[김연하의 글로벌체크]

절반 백신 접종 끝냈지만 거부율 26%로 높아

백신접종자 둘러싼 음모론까지 등장


미국인 절반 가량이 최소 1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등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각종 음모론과 불신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미국 성인의 4분의 1은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하는 등 '백신 회의론자'들도 줄어들지 않고 있죠.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70~85%가 접종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대로는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을 낳는 음모론은 무엇인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은 누구인지를 짚어봅니다.

미국 켄터키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美 성인 4명 중 1명 “백신 안 맞을 것”

2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에서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이들은 총 1억4,38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3억3,000만명)의 절반 수준에 달했습니다. 존슨앤드존슨(J&J) 백신과 모더나·화이자 백신을 각각 1회와 2회 접종하는 등 백신 접종을 완전히 끝낸 이들도 997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앞으로도 순조로울 지는 의문입니다. CNN이 지난 21~26일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설문조사 결과와도 비슷한 수치입니다. 두 달 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백신을 불신하는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는 뜻이죠.

백신은 지지정당과 나이, 학력 등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지 정당별로 분류했을 때 백신을 거부하는 비율은 공화당이 44%로 가장 많았으며, 무소속이 28%, 민주당은 8%에 그쳤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경우 50세 이상에서는 66%가 백신을 이미 접종했구나 접종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50세 미만에서는 57%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젊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셈입니다. 학력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는데요, 4년제 대졸자의 경우 18%만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응답한 반면 대학 학위가 없는 이들 중에서는 31%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켄터키에서 한 어머니가 자녀들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칩 들어있고 유산까지? 계속되는 백신 음모론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NYT는 최근에는 백신을 접종한 여성의 근처에 있을 경우 생리주기가 바뀌거나 유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수십만명의 팔로워를 둔 한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오면서 빠르게 퍼졌는데요, 백신을 접종한 이들이 백신 물질을 내뿜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입니다. 마치 간접흡연과 같은 원리라는 주장이죠.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의 한 사립학교는 직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경우 학생들과 교류해서는 안된다며, 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시간을 보낸 뒤 생리주기에 영향을 받은 여성이 최소 3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음모론입니다. 미시간대 전염병학자인 에밀리 마틴은 "백신을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생물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미생물도 아닌 백신 성분이 타인에게 퍼진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공화당 소속의 키스 레지어 상원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백신에 칩을 넣는 것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며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있다는 음모론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경우 생식능력에 문제가 발생해 불임이 될 수 있다거나, 백신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는 주장 등도 온라인상에서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백신을 맞을 경우 악어로 변할 수 있다면서, 여자의 경우 수염이 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미국 미시시피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천연두 백신 때도 음모론은 존재

사실 백신에 대한 과도한 공포로 어이 없는 음모론이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런던 정경대의 사학자인 데이비드 모타델은 NYT에 보낸 기고에서 지난 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소개했을 때도 이 같은 회의론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천연두는 수세기 동안 전세계를 고통스럽게 했으며, 치사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끔찍한 질병이었지만, 정작 백신이 소개됐을 때 모두가 이를 환영한 것은 아니었죠. 당시 성직자들은 이 백신이 인간의 순수성을 동물의 물질로 오염시킨다며 비난했습니다. 한 의사는 이 백신을 접종할 경우 '소'의 특징이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이 루머는 19세기 초 영국에서 꽤 유행했다고 합니다.

천연두 백신이 소개된 이후에 개발된 소아마비 백신과 홍역 백신 등에 대해서도 루머는 끊이지 않았고, 낮아진 접종률로 인해 홍역 발생이 급증하는 사건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음모론의 대상이 되는 것이 비단 코로나19 백신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미국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백신에 대한 우려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형태의 음모론은 아닐지라도, 백신 접종 뒤 부작용을 겪는 사례를 보며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러한 두려움이 음모론을 향한 믿음으로 흘러갈 지도 모르죠.

정부와 학자들의 역할이 특히 여기에서 필요하지 않을까요. 백신 접종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그 확률은 어떻게 되는지, 부작용 발생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알려줌으로써, 막연한 두려움이 음모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것 말입니다. 백신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무려 26%에 달하는 높은 거부율로 집단면역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을 보며, 우리가 짚어봐야 하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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