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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 또 놓칠텐가

조상인 문화부 차장





일본의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이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간 일본 진출을 꺼렸던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이 이제는 일본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정부는 그들이 일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인 즉 지난 2월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단행한 규제 완화 조치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백신 접종 업무를 관장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미술품을 거래하는 아트페어와 갤러리·경매회사의 수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면세’를 선언했다. 세제 개선을 통해 실효성 있는 규제 개혁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적 화랑인 페이스갤러리의 마크 글림처 회장은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변화는 예술계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며 “1980년대 경제 호황과 함께 부각됐던 일본의 미술 시장 내 존재감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갤러리는 현재 일본에 분점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아트마켓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페이스갤러리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는 경제성장이 뒷받침하는 중국 미술의 확장성과 아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을 내다보고 지난 2008년 첫 해외 지점인 베이징 분관을 오픈했다. 이후 홍콩 분점에 이어 2017년에는 서울점도 공식 오픈했다. 그러나 페이스베이징은 2019년 4월 전시를 끝으로 1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중국 정부가 미국 미술품에 대해 33%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까지 불거지자 더는 버티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번에 일본이 ‘미술 사업 면세’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홍콩이 점유하는 ‘아시아 미술 시장 허브’의 지위를 빼앗아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면세 특구인 홍콩은 자유로운 국제 거래를 뒷배 삼아 빠르게 아시아 아트마켓을 점령했다. 스위스 아트바젤 등을 보유한 MCH그룹이 운영하는 ‘아트바젤 홍콩’은 5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조 원 이상의 그림이 거래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MCH그룹 측이 꼽는 성공 요인은 미술품 거래에 대한 면세 혜택이다.

일본은 아시아 미술 시장을 호령해온 홍콩이 최근 정치적 이유로 주춤거리는 틈을 타 재빨리 치고 나왔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미술계는 인천이나 부산에 홍콩 같은 미술품 거래 면세 특구를 조성하고 스위스 제네바 자유항과 같은 면세 자유항 수장고를 만들자는 제안을 이미 10년 전부터 제기해왔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미술품·문화재 수집으로 주목받는 ‘상속세 물납제’ 또한 10년도 더 묵은 얘기다. 정부는 미술 시장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일단은 반겼지만 결말은 늘 ‘좌초’였다. 세수 감소 혹은 탈세에 대한 우려, 관련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더는 구더기 무섭다고 장 담그는 일을 미룰 수 없다.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미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제 미술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따라줄 때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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