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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패권 시대, 과학기술 혁신 새 판 짜야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전 세계가 코로나 19에 휩싸이면서 기존 세상과는 다른 비대면 삶의 방식과 산업, 기술들이 시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야를 넓혀보면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바다에 이미 배가 띄워져 항해 중이다. 플랫폼 경제의 부상, 전기차, 자율차 같은 모빌리티 산업, 메타버스, 가상화폐 등 가상 산업의 등장은 기존의 시장과 산업생태계 곳곳을 흔드는 파괴적 혁신의 전형이다.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은 세상을 혁신하고 소통하며 경험하는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다. 다양한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의료, 우주, 안보, 경제에 기존의 한계를 넘는 커다란 도약의 발판을 제공하면서 기존의 세계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선진국들은 국가 과학기술혁신 거버넌스의 새판 짜기를 통해 기술과 혁신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과학기술전략과 정책 재편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국가 미래 번영의 틀을 마련하고자 과학기술정책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신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장인 랜더 박사에게 질의 형식의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과학고문인 버니버 부시에게 보냈던 편지의 답변 보고서가 미국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 번영의 길을 이끈 것처럼 미국의 새로운 장기 과학기술전략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의 건강, 경제 번영, 국가 안보라는 큰 틀에서 과학기술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하고, 전염병에서부터 경제성장, 일자리, 중국과의 경쟁우위와 글로벌 리더십, 기후변화, 장기적인 과학기술생태계의 건전성 확보 등 국가 전략의 핵심 주제들에 대한 과학기술의 역할과 기여방식에 대한 답을 요청했다. 새로운 전략을 이끌어갈 충분한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기술정책국(OSTP) 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는 조치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졌다.

일본은 미국만큼 혁신의 역동성을 담아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기존의 과학기술정책 범위를 혁신으로 확장하는 획기적인 전략을 도입했다. 과학기술 중심 전략에서 과학기술과 혁신을 함께 추구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혁신은 기술의 단순한 활용 수준을 넘어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큰 변화를 의미하며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활발한 혁신을 통해 사회구조 개혁과 바람직한 미래 사회를 구현하고자 한다. 실행 조치로서 과학기술기본법을 과학기술·혁신기본법으로 개정하고 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도 새롭게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기후변화 등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선진국들의 우주 패권 경쟁에서 코로나 백신 패권 경쟁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혁신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과학기술의 역할과 기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문제는 개별 이슈별로 연구개발 세부정책이나 사업들이 추진되는 것을 볼 수는 있으나 다른 나라와 같이 국가 차원의 종합 전략이나 과학기술시스템 수준에서 총괄적인 전략적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과학기술 혁신전략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대체로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가 국가 전반에 걸친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이 부족하거나 과학기술과 여러 혁신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거버넌스 체계의 부실함에 기인한다. 그동안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는 과학기술 중심의 연구개발 전략 추진에 역할이 국한되어 있어 국민 보건, 안보, 혁신성장, 일자리 등 국가 전략분야의 혁신을 위한 소통과 역할에 미숙하다. 더구나 혁신성장, 4차 산업혁명은 별도의 주체에서 주관하며 국정 운영에 전략분야별 과학기술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정책조정 메커니즘도 취약하다.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래의 번영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전략적 활용과 행정체계의 재설계 등 전략 대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전통적인 과학기술 울타리를 벗어나 포괄적인 혁신을 담아내는 새로운 혁신 거버넌스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정부부처 행정중심에서 소외된 채 추진되는 연구개발도 국가안보, 보건의료, 해양개발과 같은 국가 전략 수준에서 역할 재정립이 요구된다. 글로벌 혁신 거버넌스 개편 대응과 국가 미래 경제사회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과학기술혁신체계의 새판 짜기가 시급하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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