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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구라모토 "22년간 내한공연…韓 관객들 '좋은 귀' 덕분이죠"

◆내달 11일까지 서울 등 4개 도시 투어

韓팬들 내음악 장점 알고 즐겨줘

정돈된 멜로디 만들기 위해 고민

이런 노력까지 들어주는 것 같아

나이들수록 연습 매진·실력 향상

음악가라는 긴여정, 아직 항해중

이번 콘서트로 희망 전해졌으면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소 지으며 답변하고 있다./사진=오승현기자




매년 가슴 따뜻한 선율과 함께 선물처럼 찾아오는 이가 있다. 바로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다. 1999년 첫 내한 이후 22년 간 해마다 한국 관객들을 만나 온 그가 올해도 코로나19를 뚫고 어김없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21일 인천을 시작으로 다음 달 11일 서울까지 4개 도시에서 ‘희망찬 내일(Hopeful Tomorrow)’이라는 부제로 공연 무대에 오르는 그가 고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음악만큼이나 따뜻한 미소가 매력적인 그를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한옥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콘서트의 부제는 그가 1996년 발표한 곡 제목에서 따왔다. “내일이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지금처럼 딱 맞는 때가 있었을까요.” 코로나 19 확산으로 올해 공연이 성사될 수 있을지 걱정했던 연주자에게도 어느 때보다 절실했던 메시지다. 지난해에는 오랜 시간 준비했던 서울 공연을 코앞에 두고 취소해야 했다. 21일 인천과 22일 함안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난 그는 “(거리두기) 상황상 관객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공연을 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웃어보이고 있다./사진=오승현기자


유키 구라모토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일본 아티스트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OST로도 익숙한 로망스(Romance)를 비롯해 레이크 루이즈(Lake Louise), 메디테이션(Meditation) 등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는 국내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매년 공연에서 한국말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한국어로 곡을 소개합니다. 틈틈이 공부하고 있는데, 좀처럼 늘지 않네요.” 겸손하게 답했지만, 인터뷰 중 살짝 선보인 그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완벽한 발음을 위해 짧은 몇 개 문장을 얼마나 연습했을지 느껴졌다.

20년 넘게 매년 특정 국가를 방문해 관객과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의 내한 공연은 1999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첫 무대를 시작으로 서울 일정이 취소된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해 왔다. 화려한 성과의 주인공은 그 공을 관객에게 돌렸다. 그는 “물론 나도 노력했지만, 한국 팬들이 내 음악의 장점을 알고 꾸준히 즐겨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기네스북에 오르기엔 아직 무리냐”고 농담을 건넸다. 이어 “내 곡의 멜로디가 아름답다고들 하는데, 정돈된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그 구성에서 고민을 많이 한다”며 “이런 내용까지도 한국 관객들이 ‘좋은 귀’로 들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는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습에 오롯이 전념할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이를 먹을수록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사진=오승현기자


70세의 거장은 “나이를 먹을수록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그는 진로를 두고 고민하다 공대에 진학했고, 응용물리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기량이 크게 늘 수 있었던 젊은 시절, 연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그는 “내 실력은 50대까지는 크게 변한 게 없다”며 “지금은 오롯이 연습에 전념할 시간이 많아 10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그 시절이 아쉬움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에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나이트 클럽과 호텔 라운지에서 반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가수의 밴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20대에 매일 다른 장소,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장르의 곡을 쳐야 했어요. 그렇게 악보에 없는 음악을 접하고 시도한 거죠.” 언젠가 그가 한 인터뷰에서 ‘70세 정도는 돼야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자 장난기 가득한 답변이 돌아왔다. “(생일까지) 넉 달 정도 남았으니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웃어보이고 있다./사진=오승현기자


이번 공연에서는 유키 구라모토의 대표곡과 함께 한국에서는 처음 연주하는 ‘론리 바르카롤(Lonely Barcarolle)’을 들을 수 있다. 바르카롤은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이 부르는 뱃노래다. 그는 “사실 인생 자체가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 닮은 부분이 있다”며 “작은 배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음악가’라는 긴 여정에서 유키 구라모토의 배는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여전히 ‘도전’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노년의 피아니스트는 말했다. “제 항로는 목적지가 정해진 일직선이 아니에요. 여기에 들렀다가 저쪽도 가보고, 전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경험하는 게 제 음악 인생입니다.” 6월 11일 롯데콘서트홀.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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