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거론하며 자신의 기본소득 구상을 옹호한 데 대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근거로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마저도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앞서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과의 논쟁에서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베너지·에스터 듀플로의 책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노벨상을 받은 석학들도 기본소득을 강조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주장에 정 전 총리는 4일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가 주장한 기본소득은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주장을 펼치기 위한 근거로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마저도 왜곡됐다"며 "국가운영을 논하는 중차대한 정책논쟁에서 최소한 토론의 기본은 갖춰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주장은 기본소득은 복지행정력을 갖추기 힘든 가난한 나라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듀플로 교수는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고 발전한 나라들은 보편적 기본소득보다 선별적 재정지원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이 지사 주장과 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말까지 왜곡해가며 나를 비난하려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상대방이 하지도 않은 말을 자기 맘대로 지어내어 덮어씌우는 것은 거짓말쟁이들이나 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토론을 하려면 뭐든지 똑바로 알고 똑바로 인용하시라"라며 "공정소득과 기본소득, 그리고 성장과 복지에 대하여 언제 어디서든 끝장토론을 할 용의가 있으니 연락하시라"고 덧붙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서 "존경받는 개발경제학자 베너지, 듀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재명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며 "노벨상 권위에 기대 논쟁 상대방을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알면서 치는 사기입니까? 책은 읽어 보셨나요? 아전인수도 정도껏 하십시오"라고 날을 세웠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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