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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베르나르 베르베르 "살만한 지구 위해 세대 연대 필요"

2018년 장편 '고양이' 속편 ‘문명’ 국내 최근 출간

요즘 인구 문제 가장 염려...조절 못하면 재앙 닥칠 것

사랑과 유머, 예술 그리고 책은 시련 견디게 하는 힘

한국은 제2의 조국... 직접 가서 독자들 만나고 싶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제공=열린책들




프랑스 파리에 사는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 눈에 비친 인간은 참 잔인한 ‘짐승’이다. 자기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는 걸로 모자라 쓰레기를 배출하고 방치 해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온 세상에 창궐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다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도 생존 묘책을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그 와중에 ‘다르다’는 이유로 또 서로 죽일 생각만 한다. 그래서 바스테트는 결심한다. 망해가는 인간 문명 대신 지구를 새롭게 이끌어갈 고양이 문명을 건설하겠노라고.

2018년 국내 출간 됐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고양이’ 속 영민한 주인공 바스테트가 속편 ‘문명(열린책들 펴냄)’과 함께 돌아왔다. 바스테트는 ‘문명’에서 더 진취적이고, 더 똑똑한 고양이가 됐다. 무엇보다 바스테트는 지구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이종 간의 ‘연대’가 너무나 중요함을 잘 안다. 이를 위해 때때로 바스테트는 삼국지 같은 고전에 나올 법한 담판에 나서기도 한다. 작품의 메시지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베르베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다.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나.

코로나 위기가 작가인 내 세계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이미 과거에 ‘제3인류’를 쓸 때도 코로나와 비슷한 전염병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작가인 나의 눈은 항상 현재가 아닌 미래로 향해 있다. 앞으로 10년 뒤에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고민하는 게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에겐 이미 과거에 속하는 일이다.

요즘 가장 염려하는 건 인구 문제다. 인류가 지금처럼 인구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재앙이 닥칠 것이다. 지구 상의 모든 동물 종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데 인간만 그러지 않고 있다. 현재 추세로 인구가 계속 증가해 100억을 돌파하게 되면 결국 지구 자원의 고갈을 불러올 것이다. 급속한 인구 증가는 한마디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살 만한 지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연대 못지않게 세대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대가 미래 세대와 일종의 계약을 맺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 살 만한 지구를 물려줘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런데 지금 세계 곳곳에서 참으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태가 많이 보여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재 동물은 물론이고 강, 숲과 같은 자연도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간은 결코 자연과 생명 진화의 최종 단계가 아니다. 인간은 어찌 보면 불과 얼마 전에 지구 상에 출현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인간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수많은 동물이 존재했고 또 존재할 것이다. 인간이 지금처럼 파괴를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기계와 로봇만 남게 될 텐 데, 그건 크나큰 재앙이다. 유리와 철근, 콘크리트로 뒤덮인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항시적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일까? 바로 자연과의 단절이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위안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인간이 아닌 동물 세계와 연결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과 단절된 상태로는 살 수 없다. 지금보다 자연이 더 파괴된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 아마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동물의 눈으로 바라보면 인간은 타자에 대해 공격적이면서 동시에 자기 파멸적인 존재다. 그럼에도 동물에게는 없는 ‘사랑, 유머, 예술’ 3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세가지가 현재 코로나19 상황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제2, 제3의 인류 재앙들을 극복하는 데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랑과 유머와 예술, 이 세 가지 개념과 책의 존재가 우리를 무수한 시련 속에서도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게 해준다고 믿는다.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마치 상쇄 작용이 일어나듯 긍정적인 힘과 부정적인 힘이 번갈아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류사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들이 있었다면 파괴에 몰두한 악인들도 있다. 내가 책을 쓰는 이유는 선한 영향력의 확산에 일조하기 위해서다. 사랑과 유머와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다. 특히 ‘사랑’이라는 가치는 ‘자기중심주의의 탈피’와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 개인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에만 매달리지 않고 공동체와 미래 세대에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인구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길러 줘야 한다.

미래 세대의 교육에 관해 한국은 가장 모범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모든 나라가 한국을 따라 해야 할 것이다. 앞선 세대의 희생이 있어야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은 이전 세대의 희생에 바탕을 둔 것임을 기억하고, 우리 역시 이기주의가 아닌 세대 간의 연대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제공=열린책들


-다음 작품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현재는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가. 또 한국의 오랜 베르베르 팬들에게도 인사 말씀 부탁 드린다.

요즘 ‘꿀벌의 예언’이라는 소설을 마무리하고 있다. 기원 후 1000년 경 존재했던 템플 기사단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들이 보여 주었던 꿀벌의 지혜가 중심 내용이다. 이 꿀벌의 지혜가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꿀벌의 멸종이 인류의 정신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를 말하는 책이다. ‘기억’의 주인공이 다시 등장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최대한 빨리 한국을 찾아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 한국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내게 한국은 제2의 조국이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한국에 가지 않으면 뭔가 가슴 한 곳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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