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손실보상법을 두고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데 더해 법안을 개정법으로 통과시킬지, 특별법으로 통과시킬지를 놓고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손실보상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8일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를 열고 손실보상법 형태에 대해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처리가 오래 걸린다는 점, 국가적 위험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민주당은 특별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소상공인 지원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합의한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손실보상법을 특별법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을 제정해두면 향후 다른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또다시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미 발의된 25개의 손실보상 관련 법안 내용을 참고하면 특별법을 만드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도 들었다. 소상공인 보호법 개정안으로 통과시킨다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제시했다.
법안 형태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손실보상법 관련 논의는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은 손실보상법을 이달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를 바라고 있다”며 “소급 적용 문제뿐 아니라 개정법이냐, 특별법이냐를 두고도 갈등이 심해 이달 중 통과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야는 손실보상법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은 전날 당정 협의를 거쳐 소급 적용 대신 광범위한 피해 지원 형식의 지원안을 발표했다. 소급 적용 대신 행정명령 대상 24개 업종과 10개 경영 위기 업종에 피해 지원금을 교부하는 방식이다. 산자위 여당 간사인 송갑석 의원은 전날 손실보상법 관련 당정 협의 후 “행정명령 적용을 받았던 24개 업종 이외에 10개 경영 위기 업종까지 포함한다면 과거에 했던 피해 지원보다 폭이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소급 적용 없는 손실보상은 진정한 손실보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소위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민주당이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가짜 손실보상”이라며 “피해 보상을 손꼽아 기다린 소상공인을 희망고문한 정략적 결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국민의힘은 당초 민주당이 소급 적용을 주장했다가 급하게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 ‘정부 눈치를 본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여야 7당 의원 117명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첫 번째 행정명령 발동 시점인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과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면 소급 적용은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야당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손실보상법을 처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자위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주당 위원들은 단독으로 손실보상법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법안을 의결한다는 국회법에 따라서다. 한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의 단독 처리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요한 민생 법안인 만큼 단독 처리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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