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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원금보장에만 묶여있는 퇴직연금 200조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담당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담당




경제학에는 희소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물이 다이아몬드보다 싼 이유 중 하나는 다이아몬드보다 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요가 있는 대상의 희소성은 가격과 직결된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은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유동성은 전례 없이 풍부하다. 이는 돈의 가격을 하락시킨 반면 각종 자산 가격의 급등을 불러왔다. 유동성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인해 코로나19 이전부터 풍부했는데 지난해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 투입을 늘리면서 더 급격히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 정부가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시장에 투입한 재정 규모는 총 14조 달러에 달한다. 원화 기준으로 1경 5,000조 원을 넘는 금액이다. 올해도 이런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은 추가로 투입될 전망이다.

국내 유동성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팬데믹 이후 막대한 보조금이 풀리면서 시중에 자금이 늘어났다. 인터넷과 금융 기술의 발달로 금융 거래 편의성이 높아짐에 따라 개인의 가용 레버리지 규모가 확대된 것도 유동성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투자자들의 고수익 추구 심리와 맞물려 부동산·주식 등 전통적 자산뿐 아니라 암호화폐와 같은 새로운 자산의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다. 투자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투자해야만 하는 시대인 것이다. 금융 투자가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이라는 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퇴직연금 운용 실태를 보면 투자는 다른 세상 이야기인 듯하다. 총 250조 원이 넘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90% 상당이 낮은 금리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 한국 은퇴 자산 투자의 현주소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상대 가격이 하락하는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 주요 주식들에 광범위하게 분산 투자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지수조차 최근 1년에 50%, 최근 10년에 1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이것은 과거 수익률이기 때문에 현재의 의사결정은 여전히 쉽지 않을 수 있다. 주식시장이 최근 많이 상승했던 만큼 일시적 조정을 받을 수도 있고,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 수익률만 바라면서 투자하려는 게 아니라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1년만 투자를 잘하면 바로 은퇴가 가능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한다면 타이밍을 잡아 일시에 투자를 단행하기보다는 적립식 또는 목돈 분할식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60년을 바라보면서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이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이 유동성 시대에 은퇴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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