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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94> 원전을 탄소중립·군사력강화 해결사로…"10년 안에 두 배 늘린다"

■ 급증하는 中 원자력 발전소

지난달 19일 중러 합작인 랴오닝성 후루다오시의 쉬다푸 원전이 한창 건설중이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에는 ‘중국핵공업집단(中國核工業集團有限公司·CNNC)’이라는 조직이 있다. 중국의 원자력발전소, 발전 설비와 함께 핵무기, 핵연료 등을 총괄하는 곳이다. 우리의 한국수력원자력과 비슷하지만 보다 더 포괄적이고 위협적이다. 중국에서 원자력 관련 업무는 1988년에서야 핵공업부라는 정부 부처에서 국영회사(핵공업총공사)으로 전환했다. 1999년 다시 정책기능을 정부(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로 이관하고 사업 기능만 남겨 보다 순수한 국유기업이 됐는데 바로 지금의 핵공업집단이다.

최근 두 사건이 이 기업의 이름을 뉴스에 오르내리게 했다. 미국이 지난 3일 중국 군부와 관련됐다고 의심되는 59개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 기업과 개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이 중에 핵공업집단도 포함됐다. 즉 이 회사가 중국군의 산하조직이어서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취지다.

군부와 관련성은 어쨌든, 핵공업집단이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원전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다루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정상적인 기업으로 포장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중국핵공업집단 아래에는 100여개의 자회사가 있고 직원은 10만여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9일 중러 합작 원전 착공식에서 화상으로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앞서 핵공업집단은 중러 친선사업 과정에서도 얼굴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화상으로 양국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인 중국 중부 장쑤성 렌윈강시 톈완 원전 7, 8호기와 북부 랴오닝성 후루다오시 쉬다푸 원전 3, 4호기 등 총 4기의 원전 공동 착공식을 참관했다. 이들 원전에는 러시아의 최신 원자로 모델을 적용했다.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위젠펑 중국핵공업집단 회장은 이날 “중러 국가원수의 전략적 인도와 정부간의 협력시스템의 지도 아래 양국 핵에너지기업들의 협력 프로젝트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순수한 자원기술 교류보다는 미국에 맞선 중러의 ‘동맹’의 의미로 핵공업집단이 등장했다는 의미도 된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 “이들 원전 4기의 완공 후 발전량은 총 376억kwh로, 매년 이산화탄소 3,068만톤을 감축할 것”으로 주장했다. 이번 4기 원전이 완성될 경우 중국내 중러 합작 원전은 모두 8기로 늘어나게 된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원자력발전소 보다 핵무기 개발에 먼저 성공했다. 이는 미국이나 러시아(당시 소련) 등과 마찬가지다. 중국은 1964년 원자탄 개발에 이어 1967년 수소폭탄 개발에도 성공했다. 당시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의 혼란 중이었지만 자금을 전용해가면서 핵무기 개발에 열중했고 이의 성공은 국가적 자부심이 됐다. 물론 당시에도 맹방이었던 소련의 절대적인 지원에 힘입어서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원전 개발에는 소홀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에너지의 효율 문제였다. 중국에는 이미 에너지원으로 석탄이 풍부하고 석유도 상당량이 존재한다. 값싼 석탄으로 발전하면 되는데 어려운 원전까지 손댈 이유가 없었다. 이는 지하자원이 부족해 일찍부터 원전에 손을 댄 한국과의 차이다. 중국이 원전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다.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에 원전 개발에 열중하게 되면서 핵공업집단도 정부 기관에서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1994년부터 상업 운전 중인 중국 광둥성 다야만 원전의 전경. /바이두


중국이 처음으로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남부 광둥성 선전시 다야만 원전 1호기가 그해 2월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라는 선전에서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다야만 원전이 구상된 것은 1978년이다. 개혁개방 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결정으로 프랑스와 협상해 원전 기술을 도입했다. 실제 원전 건설이 시작된 것은 1987년이었고 7년간의 건설과정을 거쳐 1994년 완공을 봤다. 같은 해 4월에 상하이 인근인 저장성 자싱시 친산 원전이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한동안 뜸하던 원전 건설은 2000년을 전후해서 재개됐다. 2002년 저장성 친산 원전 2기, 광둥성 링아오 원전 등이 새롭게 운전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활발해졌다. 2000년대 중국에 만연했던 전력난이 원전 건설 확대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HO) 가입 이후 수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력소비도 늘어났지만 기존 화력발전소들이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앞서 동남해안에 집중된 원전이 북상하기 시작했다. 2009년 산둥성 옌타이시에 하이양 원전이 세워졌다. 이어 2013년 랴오닝성 훙옌허 원전이 뒤를 이었다. 이는 전력의 수요처와 크게 관련이 있다. 경제개발이 초기에는 광둥성, 저장성, 푸젠성 등에 집중한 데서 이후 북쪽으로 확대됐고 이에 원전도 따라 움직인 것이다.

중국은 원전 건설에서도 ‘시장과 기술의 교환’을 명목으로 기술을 이전 받은 뒤 국산화하는 과정을 밟았다. 즉 해외 선진국과 일단 합작을 하면서 그들이 중국내 시장에서 활동하게 해 준 뒤 대가로 선진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원전에서는 앞서 프랑스의 경우와 함께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세계 최대의 원전 시장인 중국을 노리는 국가들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산화의 결과로 나온 두드러진 성과가 최근 상업운전에 들어간 3세대 원자로 ‘화룽 1호’다. 핵공업집단이 프랑스 기술을 기초로 개발했는데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85%를 넘는다고 한다. 화룽 1호는 지난 1월 중국 동남부 푸젠성에 건설된 푸칭 원전 5호기로 안착했다. 푸칭 원전 5호기는 2015년 건설을 시작해 5년여 만에 완공됐다.

지난달 19일 중러 합작 원전인 랴오닝성 쉬다푸 원전의 착공식 행사에서 근로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신화연합뉴


올해는 중국 원전 역사에서 또 한번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전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면서 늦게나마 중국도 이에 동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를 위해 간판으로 내세운 것이 원전이라는 해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오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의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나 된다. 2위인 미국(11%)보다 월등하게 많다. 중국의 발전량 가운데 화력의 비중이 71%이고 그 안에서 석탄화력이 58%를 차지하는 등 탄소배출의 질도 나쁘다.

결국 중국 정부는 비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특히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강력한 계획을 내놓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제출한 제14차 5개년(2021~2025) 계획 보고서에서 “안전한 사용을 전제로 적극적으로 원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외 전문가들은 ‘적극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된 것을 두고 향후 원전 확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인대 보고에 이어 지난 4월 나온 ‘중국 핵에너지발전보고 2021’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48기로, 총 설비용량은 49.88GW였다. 원전 규모에서는 미국(94기)·프랑스(56기)에 이어 3위 수준이다. 하지만 거대한 중국 경제규모에 감안한 상대적 전력 비중은 적다. 지난해 중국내 원전의 총 발전량은 3,662억kwh이었지만 이는 전체 전기 소비량의 4.94%에 불과했다. 이는 원전 비중이 지난해 29.0%였던 한국은 물론, 70% 수준의 프랑스와 20%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모자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원전 설비를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중간단계로 14·5 계획이 끝나는 2025년까지 원자력 총 설비 용량을 70GW로, 또 2030년까지는 12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이럴 경우에도 2030년 기준 원전의 비중은 전체 전기 공급의 8% 수준에 그친다. 이 정도 계획 달성을 위해서도 원전은 앞으로 5년 안에 현재의 40%, 10년 안에는 140%가 더 늘어나야 한다. 이는 매년 원전 6~8기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이 원전 건설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이미 중국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17기, 건설 계획을 확정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원전은 40여기에 달한다. 건설 중인 원전은 대부분 푸칭 원전 5호기처럼 화룽 1호 같은 3세대 원자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원전들이 최근 산둥성 등 황해 인근에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있는데 이들은 한국에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했다. 14·5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선박을 이용한 이른바 ‘부유식 원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의 위치가 산둥성 앞바다라는 점에서 사고 발생시 한국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9년 10월1일 중국 국경절 열병식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최신형 ICBM ‘둥펑-41’가 톈안먼광장을 지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한편 중국에서 원전 건설은 이 나라의 핵무장 확대 과정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원전에 사용되는 핵연료의 자급을 위해 고속증식로와 재처리시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원전에서 나오는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추출된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찰스 리처드 미 전략군 사령관은 지난 4월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중국이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이 플루토늄을 대량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첫 고속증식로가 2023년 가동 예정”이라고 진술한바 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1월 현재 보유 핵탄두 숫자는 320개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30개가 늘어난 것이다. 이미 6,000여개를 갖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서는 아직 미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 두 나라가 핵무기를 점차 줄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국만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즉 중국에서 원전은 1석 3조인 셈이다. 경제개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는 것과 함께, 탄소배출 감축 의지를 과시할 수 있고 덩달아 핵무장 확대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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