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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신세계, '황금알' 낳는 화장품에 '신무기' 보톡스 장착…"글로벌 뷰티 접수"

■'보톡스 1위' 휴젤 인수 눈앞

화장품 유럽·북미시장 동반 진출

보톡스는 중국 공략 투트랙 전략

글로벌 뷰티 사업 영토확장 가속

인수자금은 부담…FI와 손잡을듯





정유경 신세계(004170)백화점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키운 브랜드 비디비치가 중국에서 ‘리틀 샤넬’로 불리는 것을 보면서 뷰티 산업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확인했다고 한다.

정 총괄사장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며 뷰티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2년 인수 당시 매출 19억 원에 불과했던 비디비치를 2019년 2,000억 원을 돌파한 메가 브랜드로 키웠고 2018년 자체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연작을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6성급 호텔 스파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스위스 뷰티 브랜드 스위스퍼펙션도 인수했다. 세계 1위 색조 화장품 제조 업체인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 합작 법인을 세우고 제조 노하우를 흡수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그동안의 화장품 노하우를 집대성해 글로벌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목표로 자체 브랜드 뽀아레를 선보였다.

성과도 좋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2017년 628억 원이던 것이 지난해는 다소 주춤했음에도 3,293억 원을 기록했다. 3년 새 5배 가까운 성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총괄사장의 눈에 휴젤이 들어왔다. 2017년 44.4%를 사들인 베인앤캐피털이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휴젤은 화장품 관련 사업을 하는 여러 기업들이 탐냈던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국내 제품명 보툴렉스)’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과를 내고 있는 화장품에 보톡스까지 결합하면 신세계의 글로벌 뷰티 시장 진출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세계백화점은 휴젤 인수를 추진했고 독자 협상을 거쳐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화장품과 보톡스 등의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뷰티 산업 공약의 무기가 생긴 것이다.

휴젤은 국내 보톡스 시장 1위 업체다.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리프팅 제품 등의 의약품을 개발·생산한다.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성공한 후 빠르게 성장해 최근 5년간 업계 1위 지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과 대만·베트남·러시아 등 27개국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휴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110억 원, 영업이익은 78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보툴렉스’와 신규 필러 제품 ‘더 채움’ 등의 판매 증가와 해외시장에서의 매출 확대 덕분이었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5% 증가한 29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가 중국 허가를 획득한 점이 고무적이었다. 당장 12월부터 50억 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했고 올 1분기에는 80억 원의 매출이 실적에 추가됐다.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6,000억 원 규모로 유럽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중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휴젤을 품은 신세계그룹은 화장품과 보톡스·필러의 시너지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첫 공략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디비치는 중국에서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폼이 연간 6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작도 이달 중국 최대 뷰티 애플리케이션 업체 메이투(meitu)와 손잡고 메이투슈슈(美?秀秀) 앱에 정식으로 입점하는 등 중국 내 MZ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과 북미 역시 동반 진출의 시너지를 꾀한다. 뽀아레는 유럽 화장품 인증(CPNP) 절차를 모두 완료했고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 매장을 열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협의하고 있다. 휴젤도 올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유럽·미국 시장 품목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뷰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스킨케어와 색조 부문 모두에서 강점이 있는 데다 휴젤도 중국은 물론 유럽·북미 시장 공략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진출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이 단독으로 이번 거래를 마무리할 가능성은 낮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952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조 원에 달하는 휴젤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부담을 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시은·김보리기자 seek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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