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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어눌한 중국동포 말투는 옛말···MZ세대도 눈 뜨고 당한다

[서민 울리는 그놈 목소리, 이제는 뿌리 뽑자]

<중>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수법

작년 20대이하 피해자 38% 급증

'악성앱' 설치 유도후 휴대폰 해킹

112 신고전화도 가로채 경찰 사칭

중계기 통해 해외번호도 010 변경

경찰,수사상황실 개설해 특별단속

지난 5월 부산에서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전화번호로 바꿔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수억 원을 챙긴 조직원 2명이 구속됐다. 경찰이 압수한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연합뉴스




20대 취업 준비생 A 씨는 한 통의 문자 메시지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 실패로 3,000만 원의 빚을 떠안은 그는 금리가 싼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문자 속 애플리케이션 설치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했다. 앱을 설치하던 중 뭔가 미심쩍은 생각이 든 A 씨는 금융기관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실제로 존재하는 은행이니 안심하라”는 답이 돌아왔고, 그는 거래 실적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아 낯선 남성에게 현금 350만 원을 건넸다. A 씨는 “보이스피싱은 어리숙한 노인들이나 당하는 줄 알았는데 정작 내가 피해자가 될 줄 상상도 못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어눌한 중국 동포 말투로 가족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고 협박하던 보이스피싱 수법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정보기술(IT) 발달에 맞춰 보이스피싱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악성 앱을 설치해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장악하거나 해외 발신 번호를 국내 번호로 위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등 A 씨처럼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20대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보이스피싱 일당도 탈바꿈하고 있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3만 1,681명 가운데 연령 20대 이하(5,323명)와 30대(4,406명)가 전체의 30.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PC 등 기성세대보다 IT 기기 등에 익숙한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오히려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셈이다. 특히 20대 이하 피해자는 1년 새 38%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60~70대 노년층을 비롯해 다른 연령대의 피해자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중 20대 이하 여성 피해자의 경우 지난해 3,770건으로 전년(1,553건) 대비 107.71%나 치솟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취업에 대한 절박함이 있는 2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A 씨가 당한 ‘악성 앱’을 통한 보이스피싱은 기존 수법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큰 것이 특징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11월~2019년 9월 원격제어형 악성 앱으로 인한 피해액은 건당 평균 1억 4,5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 평균 피해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번호 변작 중계기를 통한 수법도 횡행하고 있다.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를 ‘010’이나 ‘02’와 같은 국내 번호로 조작해 해외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인지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수법이다. 경찰은 지난 2월 16일부터 3월 10일까지 집중 단속을 벌여 전국 52개소에서 사설 중계기 161대를 적발해 철거했다.

갈수록 지능화하는 수법에 발맞춰 경찰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 8일부터 ‘전기통신금융사기 수사상황실’을 운영하며 전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범죄의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즉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포통장·대포폰, 번호 변작 중계기, 불법 환전 행위 등 4대 범죄 이용 수단에 대해 특별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의 발생 현황과 범행 수법, 계좌번호 등 범행 수단을 분석해 일선 시도 경찰청과 경찰서 수사 부서에 제공하는 등 다양한 수사 기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것”이라며 “전문 수사 인력을 투입해 범죄 이용 수단의 생성과 유통 근절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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