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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IB씨] 대우건설 인수전에 깜짝 등판 뒤 사라진 호반…최종 가격 올랐을까

M&A에 등장하는 페이스메이커들…경쟁 부추기기 위한 수단





지난 금요일 대우건설 본입찰이 있었습니다. 2017년 대우건설을 품에 안을 뻔 했던 호반이 본입찰 직전 다시 등판하면서 유력 후보로 꼽히던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중흥건설은 바짝 긴장했죠. 호반은 이번 매각 초반부터 혹여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많았는데요. 호반에서 그룹 내 자금 여력을 전면 검토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호반 참여설이 퍼졌습니다. 호반은 워낙 현금 여력이 많아서 외부 도움 없이 2조원에 육박하는 대우건설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개인적으로 호반이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 이유는 매각자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너무나 호반을 배척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입찰 직전 호반이 자문사를 고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문은 사실로 굳어졌습니다. 중흥과 호반 모두 호남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 건설사죠. 경쟁자인 중흥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걸 경계한 호반이 뛰어들었다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중흥뿐 아니라 DS컨소시엄 역시 호반의 등판으로 가장 우려한 것은 가격이었습니다. 호반은 KDB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 무시 못할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본입찰은 오후 3시까지 였는데요. 중흥과 DS컨소시엄 모두 호반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막판까지 어떤 숫자를 적어 낼 지 고심했습니다. 오너 기업의 경우 임원진이나 자문사에서 대략적인 가격을 제시하지만 최종 어떤 숫자를 적을지는 회장님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3시에 가까워 갈수록 호반이 입찰을 안 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호반은 본입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호반을 의식한 경쟁자들만 높은 가격을 써낸 셈입니다. 호반은 막판까지 고심하다 최종 포기했다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대우건설 입찰 참여자들이 써낸 가격은 호반이 나오지 않았을 떄 거론된 가격보다 비싸졌습니다.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호반은 대우건설 입찰 경주의 ‘페이스메이커’가 됐습니다. 매각자는 웃고, 참여자는 허탈한 순간입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대우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호반은 대우건설 인수를 막판까지 고심했지만 이번에도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가격은 참고할 기준은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부동산과 비슷합니다. 살 사람이 많고 팔 물건이 없으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고 조건은 파는 쪽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매각 전에서 상대의 경쟁심을 자극하려는 안간힘이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요기요를 볼까요. 본입찰이 17일에서 24일로 미뤄지더니 다시 일주일 여 연기한다는 통보가 나왔습니다.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 대부분은 이미 입찰에 응했습니다. 전부 글로벌 사모펀드입니다. 요기요는 전략적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확실하게 오너가 인수 의지를 갖는 전략적 투자자가가 경쟁에 참여해야 다른 사모펀드도 높은 가격을 유지할 테니 말이죠. 요기요 매각측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경쟁에서 빠진 롯데가 참전하길 분위기입니다만. 현재까지 롯데는 참여에 부정적입니다. 이 매각 전에는 페이스메이커가 보이지 않네요.



요기요의 이 수많은 배달 오토바이를 책임질 곳은 과연 누구일까요


올해 초 이랜드그룹 여성복 매각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숏리스트에 속한 사모펀드가 있어서 만나봤는데요. 이랜드 여성복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딱잘라 말합니다. 하지만 매각 측의 부탁으로 이름만 올렸다고 하더군요. 당장 거래는 없지만 앞으로 어떤 기회가 있을 지 모르니 관계를 다져놓기 위해 이런 식으로 도와주기도 합니다.

수년전에는 더욱 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 증권사가 매각 주관사가 되어 경쟁 입찰을 벌였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뿔싸…참여자가 한 곳 밖에 없었습니다. 매각 주관사는 파는 쪽 입장에서 최대한 비싸게 좋은 조건을 유지해야 합니다.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은 가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수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갖고 유력 후보들에 대해 물었을 때 이 증권사는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서너곳이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기사가 쏟아졌고, 심지어 응찰한 단 한 곳의 후보까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고도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M&A도 어떤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수라장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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