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부도 언론도 못 믿어”…자극적 언어로 클릭 끄는 가짜뉴스, 무너지는 신뢰사회

‘故 손정민 사건’ 관련 가짜뉴스 봇물

허위정보가 음모론으로 확대 재생산

동영상플랫폼 이용 2년 새 두 배 급증

언론·경찰 불신 속 자극적 소재 열광

“허위조작정보 제재수단 강화” 목소리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반진사’ 회원들이 손정민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동석자 A 씨에 대한 피의자 전환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 사건이 우리 사회에 많은 과제를 남겨줬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짜 뉴스들이 음모론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인터넷 공간의 어두운 단면은 손 씨 사건을 계기로 민낯을 드러냈다.

실제로 손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난 4월 30일부터 두 달 가까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쏟아져나왔다. 손 씨가 실종되기 직전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 친인척의 신분은 온라인 공간에서 경찰서장, 대형 로펌 변호사, 대학병원 의사 등 사회 유력 인사로 계속 옷을 갈아입었다.

급기야 서울경찰청장의 아들이 손정민 씨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부터 경찰 고위 간부가 경찰 수사에 의문을 나타냈다거나 제작진이 청탁 받고 A 씨 측에 우호적인 방송을 내보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들이 온라인 공간을 도배했다. A 씨 측이 현재까지 채증한 가짜 뉴스 의심 영상은 5,822개에 영상 길이만 1,000시간에 가깝다. 그야말로 가짜 뉴스가 도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유명인도 아닌 평범한 사인(私人)의 죽음을 둘러싸고 넘쳐나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은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꼽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들이 늘면서 허위·조작 정보의 유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0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으로 인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 역시 집계가 시작된 2018년 33.6%에서 지난해 66.2%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유튜브 이용 급증세는 기성 언론과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 불신과 맞물리면서 가짜 뉴스 광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내용의 가짜 뉴스를 앞세워 이용자들을 끌어당겼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영상학과 교수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정인이 사건 등을 통해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유튜버들도 이러한 불신 풍조를 이용해 기성 언론은 쓸 수 없는 노골적인 언어로 음모론을 퍼트리며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기성 언론이 수사기관과 같은 공식 채널을 통해 취재된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유튜버들은 여기에 해석을 덧입히고 자극적으로 가공한 ‘2차 뉴스’를 전달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쉽게 빠져든다는 의미다. 더욱이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더해지면서 이용자의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 가짜 뉴스에 대한 믿음이 쉽사리 교정되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허위·조작 정보를 제재할 수 있는 강제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현행 법에서도 허위·조작 정보를 발견한 개인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서비스 사업자에게 관련 정보의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지난해 방심위가 이용자 신고 또는 자체 적발로 접속 차단한 유튜브 콘텐츠는 1,964개로 2019년 438개에 비해 4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불법성 판단이 용이한 청소년 음란물 등과 달리 가짜 뉴스는 판단 기준이 모호해 법 적용이 쉽지 않다. 방심위 관계자는 “객관적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 중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 해당 정보를 제한할 수 있지만 이 기준 역시 다른 범주에 비해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해외처럼 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독일의 경우 관련 법에 따라 명백한 불법 콘텐츠나 미확인 정보라고 판단되면 24시간 이내 강제 삭제토록 하는 의무를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600억 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한다. 또 유튜버 등 인터넷 이용자가 고의성 있는 거짓·불법 정보로 명예훼손 등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안도 지난 2월 발의된 상태다. 아울러 초중고 시절부터 미디어 교육을 통해 허위 정보를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