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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문자옥(文字獄)





청나라 강희제 시절인 1660년 장정월은 명나라 역사를 서술한 ‘명사집략’을 발간했다. 장정월은 명의 역사 가운데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 부분이 원고에 빠진 것을 알고 주변의 문사들을 초빙해 완성했다. 이민족인 청나라 왕조에 비판적이던 문사들은 ‘반청복명(反?復明·청을 몰아내고 명을 회복)’의 마음을 담아 글을 썼다. 책을 읽은 강희제는 장정월을 비롯해 책 발간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잡아들여 멸문지화의 벌을 내렸다. 문자옥(文字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린 이른바 명사집략 사건이다. 문자옥은 중국 왕조 시대에 문서에 적힌 글이 황제나 체제를 비판할 경우 글쓴이를 벌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필화 사건이다.

문자옥의 역사는 진나라 때의 ‘분서갱유’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어느 시대에도 있었지만 특히 청나라 때 두드러졌다. 정복 왕조이다 보니 자칫 방심하다가는 주류인 한족의 반발에 통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청 왕조는 한쪽으로는 변발을 강요해 한족이라는 정체감을 없애려고 했고 다른 한쪽으로는 문자옥을 통해 사상의 통일을 꾀했다. 처음에는 역모 등 혐의가 무거운 사안을 처벌했으나 나중에는 글 안에 오랑캐를 뜻하는 호·이·융·만·적(胡夷戎蠻狄) 등의 글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기까지 했다. 왕조가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동원한 문자옥은 결과적으로는 나라를 망하게 했다. 사람들이 문자옥을 두려워해 100년 이상 자유로운 학문 활동을 하지 못했고 끝내 동아병부(東亞病夫·아시아의 병자)라는 멸시를 받으며 열강의 침략을 받았으니 말이다.



홍콩의 온라인 매체인 리창(立場)신문이 “홍콩에 문자옥이 왔다”며 “모든 칼럼을 잠시 내리고 신규 구독 신청 접수 및 후원금 모집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의 국가보안법에 걸릴 것을 우려해 필자의 의사를 재확인한 뒤 게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홍콩의 반중 매체인 핑궈(?果)일보는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이미 폐간됐고 논설위원은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야당인 신민주동맹은 자진 해산했다. 언론의 입을 막고 야당을 말살하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중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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