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치권 "양극화는 기업 탐욕 탓" 프레임 선동…규제법안 1,301개 양산

■國富창출 反기업 해소가 먼저다

<중> 反기업 정서 부추기는 정치권

표 얻기 위해 대기업 때리기 난무

CEO·월급쟁이 갈라치기도 일쑤

21대 국회 개원후 발의한 규제법

3개월간 284건으로 39.2% 늘어

투자 등 늘릴 노동유연화는 뒷전

사진 설명




“재벌 대기업 대주주에 대한 배당과 임원·근로자 급여를 3년간 동결하자.”

어느 강성 노조 단체에서 나온 선동 구호가 아니다. 6선 국회의원에 국회의장·국무총리까지 지낸 여당 정치인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에 담긴 내용이다. 한 기업인은 “귀를 의심했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민간 기업의 배당 정책과 임금 협상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나오는 것이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대권 주자는 대기업 이익을 협력사들에 나눠주는 이익 공유제를 밀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표를 얻기 위해 기업을 때리는 낡은 정치 행태는 고질병에 가깝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일갈한 것이 지난 1995년 일인데, 30년 가까이 지나도록 치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재계 인식이다.

21대 국회, 역대급 규제법안 양산

기업인들이 느끼는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 조장’ 공포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더 커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액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진과 평범한 월급쟁이를 갈라치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표 몰이를 하는 시기가 바로 선거철이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언제나 그랬듯 ‘양극화 원인=기업의 탐욕’ 프레임 씌우기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한국제도·경제학회장)는 “경제민주화를 마치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서 대기업의 갑질을 막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대기업 때리기가 난무하는 배경을 짚었다.



이미 반기업 정서를 정치적 도구로 악용한 규제 입법은 폭주 상태다. 4일 정부가 운영하는 규제 정보 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규제 법안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01개다. ‘규제 법안’은 규제를 신설하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의미한다. 지난 20대 국회 임기 4년간 총 3,924개의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 임기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21대 국회의 발의 건수가 이미 지난 국회의 3분의 1 수준까지 차올랐다. 개원 직후 3개월간 발의된 기업 부담 법안이 20대 국회는 204건, 21대는 284건으로 39.2% 늘었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도 있다. 이번 국회가 ‘역대급 규제 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중대재해법·노조법 등 반기업 난무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의결권을 3%로 묶고(상법),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20%에서 30%로 강화하는(공정거래법) 등의 ‘기업규제 3법’이 대표적이다. 중대 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직접 징역을 살게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경영계가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처벌 규정과 대상 등의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 6일부터는 개정 노조법 시행에 따라 해고자도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 하나같이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세밀한 보완 장치 없이 덜컥 입법화된 기업 규제법들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도 뒤늦게 유예 기간을 주고 땜질 처방을 했지만 경영계는 추가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규제 입법이 쏟아지는 사이 정작 기업 경쟁력을 높여 투자 확대→고용 증대→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 개편 등의 정책은 뒷전이다.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거들떠보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놓은 몇몇 산업은 국내 대기업 발만 묶어둔 채 외국 기업의 독무대가 돼버렸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부당한 기술 탈취나 담합 행위는 근절해야 마땅하지만 기존 사업 역량과 자본력,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훨씬 더 고용 창출이나 투자 효과가 큰 업종도 대기업 진출의 길을 막아놓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력화돼 있는 노조의 주장에 동조해 선거에서 이기려는 인기 영합적 기업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사안을 글로벌 관점에서 보지 않고 이념화된 채 1980년대식 기존 사고의 틀에 박혀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이 탈(脫)이념화를 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업정서에 투자·고용의욕 상실

이 같은 반기업 규제 입법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중견기업연합회·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말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법)’ 국회 통과 직후 기업 230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응답 기업의 37.3%가 국내 고용 축소, 27.2%는 국내 투자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해외직접투자액(ODI)은 549억 달러로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포퓰리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유권자 지지를 받겠지만 결국에는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만든다”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