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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활
[여명]김범수·이해진·김범석···그들의 선택은

■박태준 생활산업부장

훌쩍 커버린 네이버·카카오·쿠팡

시총 70조~80조원으로 늘었지만

그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 역부족

지속 성장 위해선 다음 스텝 중요





지난해 7월 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나란히 미 하원 청문회장에 섰다.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열린 청문회였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데이비드 시실리니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미국의 국부(國父)들이 왕에게 절하지 않았듯, 우리도 온라인 황제들에게 절하지 않겠다”며 시가총액 합계 5조 달러 (약 6,000조 원)에 달하는 4개 기업의 수장들을 떨게 했다. 이날 열린 반(反)독점법 위반 조사는 6시간 넘게 진행됐다.

미국 정치권과 정보기술(IT) 공룡 간 줄다리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법사위는 이들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법안 4개를 한 번에 승인했다. 반면 사흘 뒤인 28일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은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수도 워싱턴을 비롯한 48개 주·지방정부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2년 전 여름, 필자는 칼럼 ‘이해진, 김범수, 이재웅...그들은 버틸 수 있을까’(2019년 8월 30일 자)를 통해 글로벌 IT 공룡과 맞서야 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선전을 응원했다. 또 기울어진 운동장을 무시한 정부의 규제로 기술 기업들의 혁신이 좌초되지 않기를 바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IT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더욱 눈부셨고 이제는 그 위상도, 소비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검색과 메신저에서 출발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금융과 쇼핑·콘텐츠 등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쿠폰을 팡팡 터뜨렸던 쿠팡은 어느덧 대한민국 e커머스의 상징이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쿠팡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그런 기업이 됐다.

그렇게 빛났던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폐쇄적이고 독선적이라는 내부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결국 누군가는 유명을 달리했다. 이용자만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협력사와 고용자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비난과 함께 대형 화재 역시 예고됐던 참사라는 지적이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임직원이 수만 명으로 불어나고 시가총액은 70조~80조 원으로 늘었지만 그에 걸맞은 시스템을 만들기에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치자. 그래서 이들 기업의 다음 스텝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드러난 상처를 이제라도 치료하지 않으면 성장이 멈춰버릴지 모른다.

그런데 중요한 다음을 결정해야 할 창업자 모두 한결같이 ‘책임’의 자리에 있지 않다. 김범수와 이해진·김범석 이들 중 본인이 키운 회사의 대표임을 자임하는 사람은 없다.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이거나 이사회 의장, 미국에 상장된 지주회사의 대표일 뿐이다. 이들이 실제로는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젊은 총수’들임을 모두가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면 상당수 기업의 대관 담당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주군’이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가지 않도록, 이미 부름을 받았다면 명단에서 다시 빼내기 위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총력전이 펼쳐진다. 물론 총수들을 불러다 세워놓고 엄한 호통만 되풀이하는 정치인들이 한심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어느 때에는 그런 자리에서도 진정성 있는 반성과 개선의 의지를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2년 전에 그랬듯, 필자는 지금도 그들이 ‘기술로 세상을 바꿔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의 시가총액도 1,000조 원을 넘어서기를 꿈꾼다. 더불어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그들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훌쩍 커버린 플랫폼 기업들이 이제는 재벌 기업처럼 회사나 창업자의 이름 순서에 집착한다고 하여 굳이 사족을 남긴다. 성명은 나이 순, 회사명은 가나다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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