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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진영주의' 인사 이제 그만 하자

윤경환 정치부 차장





1750년 1월 9일자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에는 영조가 이조판서 원경하에게 “선조 때 인재가 많았는데도 사람들이 항상 영묘조(세종대왕 때의 치세)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탕평 정치’로 이름을 남긴 명군 영조에게도 세종대왕의 용인술은 시대를 뛰어넘는 참고서였던 셈이다.

세종대왕 시대에 조선이 최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은 신분·당파·지역·분야를 가리지 않는 인재 등용 방식의 덕도 컸다. 척박한 기후와 토지를 가진 농업 국가에서 ‘유능한 인재’는 최대 자산이었다. 똑같은 환경이라도 사상과 출신에 따라 사람을 가리고 불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인재 폭은 크게 줄어든다. 조선 역시 ‘붕당정치’ ‘세도정치’가 득세한 뒤로는 단 한 번도 세종대왕 때의 전성기에 근접하지 못했다.

현 시대에도 세종대왕에 자신을 투영하는 정치인은 한둘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다.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세종대왕처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작 문 대통령의 인사는 세종대왕과 정반대였다. 대통령 개인의 철학과 소수 지지자들의 입맛에만 맞춘 듯한 인사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속속 발을 들였다. 심지어 최소한의 전문성과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것 같은 낙하산 정치 인사들도 있었다. 진영만 달라졌을 뿐 이전 보수 정권과 인사 기용 방식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600년 전 매일 경연을 즐긴 세종대왕과 달리 치열한 토론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무위원들의 생각은 획일화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갈등은 ‘의심이 드는 사람은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않는다’는 세종대왕의 인사 원칙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사례다.



차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벌써부터 각 캠프로 별별 인사들이 이합집산한다는 소문이 돈다. 안타깝게도 선거 때마다 캠프에 기웃거리는 사람은 이른바 ‘콘크리트’라는 극우·극좌인 경우가 많다. 스스로는 ‘비판적·합리적 지지자’라고 참칭하면서 말이다.

보은 인사를 현실적으로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런 인재만 중용하는 관행은 근절해야 한다. 누가 대권을 거머쥐든 다음 정부는 보수·중도·진보를 아울러 대한민국의 잠재적 인적 자원을 극대화해 써야 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나라에서 정파성만 따져도 인재는 반 토막이 난다. 여기에 계파·지역·친분까지 의식하면 유능한 사람은 남아나지 않는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은 왕조에서나 다뤄야 한다. 국회가 아닌 행정부까지 정치를 할 필요는 없다. 경제·안보·환경 등과 같은 전문 영역에 포장된 인생 스토리와 이념이 왜 필요한가. 어차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턱걸이 과반’ 외에는 50% 득표율을 넘긴 대통령도 없었다.

현존 정치인에게 세종대왕과 같은 천재성과 전문성까지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 본인이 만능 지도자가 아니라면 인재라도 폭 넓게 써야 국가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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