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전제로 개최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선을 그었다.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2주 앞두고 한일 양국 간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 측에 정상회담 개최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매체는 “문 대통령이 오는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형태로 한일 정상회담이 실시될 계획”이라며 “한일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다음 달인 8월에 재차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의 회담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지난해 10월 취임한 스가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일 샅바싸움은 씨름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일 양국간의 신경전을 인정했다. 또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이) 현안 해결의 모멘텀이 마련되고 적절한 격식이 갖춰진다는 전제 하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 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려우며,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할머니의 소송, 후쿠시마 오염수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양국이 온도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 매체들도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정상회담이 짧게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지통신은 “일본 측은 어디까지나 의례적 회담이라는 입장인 반면 한국 측은 양국 현안을 논의하는 본격적 회담을 요구하고 있어 직전까지 조정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고, 교도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스가 총리가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각국 주요 인물을 만나야 하므로 문 대통령을 포함해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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