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목운중학교 도서관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학생들의 흥미를 끄는 주제의 특별한 강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의 제작과정을 체험하는 강의로 양천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강의는 영화·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승록씨가 맡았다.
김 감독은 “여러분이 즐겨보는 먹방이나 브이로그 동영상은 일종의 다큐멘터리 장르에 속한다”며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스태프와 배우가 필요하지만 다큐멘터리는 혼자서도 제작할 수 있는 장르라 여러분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화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있고 어떤 물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도 있다”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영상만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어려워 내레이션이나 자막을 이용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레이션이나 자막에는 제작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담겨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며 영상을 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김 감독은 학생들과 크로마키 스크린을 이용해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것을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어벤져스’ 등 크로마키 스크린을 사용한 영화의 제작과정 영상을 보여주며 “크로마키는 색조의 차이를 이용해 해당 부분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다른 이미지를 끼워 넣는 영상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로 초록색이나 파란색의 크로마키 스크린을 사용한다”며 빨간색, 노란색 등 다른 색상의 크로마키 스크린을 쓰지 않는 이유를 아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김 감독은 “사람의 피부가 붉고 누런색을 띄기 때문에 비슷한 계열의 색을 크로마키 스크린으로 사용하면 다른 영상을 바꿔 넣을 부분을 명확하게 뽑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강의실에 초록색 크로마키 스크린을 설치했다. 학생 중 한 명이 기상캐스터가 돼 크로마키 스크린 앞에서 날씨 뉴스를 읽었다. 김 감독은 이어 촬영 영상을 학생들과 함께 보며 크로마키 부분에 다른 영상물을 합성하는 편집과정을 보여줬다. 김 감독이 다양한 편집기술을 사용해 비오는 골목길, 들판 등 여러 곳에서 날씨 뉴스를 전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자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이날 김 감독은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게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법, 카메라 렌즈와 마이크의 종류별 사용법 등에 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 강의 후에도 학생들이 영상 제작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왔다.
양천도서관이 마련한 김 감독의 ‘도전! 1인 크리에이터’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목운중 3학년 장준영 군은 “평소 궁금했던 영상편집기술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크로마키를 사용한 영상기술을 직접 체험하니 이해도 쉽고 재미있었다”고 강의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1학년 유다예 양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영상물의 제작과정을 체험하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1학년 이서윤 양은 “크로마키 배경이 다른 영상으로 바뀌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이렇게 직접 체험하면서 배우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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